주택용 태양광 피해 상담 건수가 3년새 갑절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공정 계약관련 문제로 인한 피해 사례가 절반을 웃돌고, 사후서비스(AS) 관리 역시 허술한 것으로 지적됐다.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태양광 표준설치계약서'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19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주택용 태양광 발전 상담 건수'는 2015년 297건에서 지난해 628건으로 111% 증가했다. 피해 구제 건수도 2015년 14건에서 지난해 35건으로 크게 늘었다.
주요 피해 사례는 △불공정 계약 △미흡한 정보제공 △AS 미비 문제 등이다. 최근 5년간(2015~2019년 5월) 소비자원에 접수된 2098건 주택용 태양광 발전 상담 건수 중 계약관련 건수는 1116건으로 가장 많았다. 연 평균 26.5%씩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또 품질·AS(585건), 단순문의(249건), 가격·수수료(115건)가 뒤를 이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택용 태양광 발전설비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 보급량을 대폭 늘렸다. 그 결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11만3759가구에 11만4578㎾ 규모 태양광 설비가 보급됐으며, 특히 아파트 베란다형 미니태양광 설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계약관련 피해는 소비자(발전사업자)가 시공사·중개사로부터 계약 시 안내받은 가격·정부 지원금 등이 계약 후 달라졌거나 충분히 안내받지 못한 상태에서 설비·설치가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전화 등 비대면 계약이 대부분이어서 소비자가 일방적인 정보만 제공받는 문제점도 확인됐다. 일례로 A씨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면 심야전기 요금이 3분의 1 이상 절감된다는 영업사원 말을 듣고 1100만원(보조금 제외)을 들여 설비를 시공했는데 에너지저장장치(ESS) 미연계 태양광은 심야전기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했다.
AS 문제도 심각했다. B씨는 겨울철 볕이 잘 들지 않는 곳에 태양광 설비가 잘못 시공됐다는 점을 알아채고 일조량이 좋은 곳으로 재설치를 요청했지만 해당 업체는 추가비용을 요구하면서 처리를 지연하더니 결국엔 연락을 회피했다. 이밖에 정부·지자체 설치비 지원 전제조건은 소비자 부담금에 대한 일시금 납입으로 '한 달에 XX만원' 식의 분할 납부는 존재하지 않는데, 이를 광고·홍보에 악용한 중개업체는 대출 알선 등으로 소비자에게 이자부담을 전가한 수법도 드러났다.
소비자원은 주택용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계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표준설치계약서'를 보편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초까지 표준설치계약서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계약서에는 공사기간·도급금액·하자담보 책임기간·계약보증금 등이 기본 포함될 예정이다. 구두계약 등 불합리한 계약체결을 방지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소비자원은 또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고장접수지원센터 역할을 강화해 태양광 설비 관련 모든 AS 신청을 일괄 접수하도록 조치하고 처리 결과를 확인·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업체별 점수를 부여하고 추후 보급 업체 선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소비자원은 “정부·지자체가 주택용 태양광 설비에 대한 설치비 지원을 하지만, 정작 개별 설비에서 생산된 발전량을 계측·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정보가 미흡하다”면서 “주택용 태양광 경제성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발전량에 따른 전기료 절감수준 등을 비교·파악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