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 발렌베리그룹의 마르쿠스 발렌베리 회장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인공지능(AI), 5세대(G) 이동통신,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양사가 공통적으로 관심이 높아 회동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재판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글로벌 경영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18일 방한 중인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과 만나 양사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 부회장은 '한·스웨덴 비즈니스 서밋'이 열린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서울을 찾아 발렌베리 회장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발렌베리 회장은 이 행사에서 마련된 특별 세션에서 '디지털화와 지속가능한 발전 협력'을 주제로 5G 등의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발렌베리 회장은 “한국과 스웨덴이 급변하는 무역환경 속에서 혁신을 지속하려면 5G 기술을 국가 산업 핵심축으로 삼아 디지털 이코노미의 패러다임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설 후 발렌베리 회장은 이 부회장과 만나 AI, 5G, 자율주행 등 양 그룹이 모두 관심을 갖는 분야에 대해 논의하고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을 모색했다.
발렌베리 가문은 1856년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현 SEB)을 창업해 160여년 동안 5대째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지주회사인 인베스터AB 아래에 에릭슨과 일렉트로룩스, ABB(발전사), 아스트라제네카(제약사) 등을 두고 있다.
발렌베리그룹은 삼성그룹과 인연도 각별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03년 스웨덴 출장 때 발렌베리가를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발렌베리재단의 페테르 발렌베리 이사장(마르쿠스 회장의 삼촌)과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 야콥 발렌베리 인베스터 회장 등과 만나 경영시스템과 강소국 성공 요인, 기업의 사회적 역할 등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도 2012년에 방한한 발렌베리 SEB 회장 일행을 리움미술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미팅을 포함해 글로벌 기업인, 해외 정상과 폭넓게 네트워킹하며 총수로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아부다비 왕세제와 화성 사업장에서 만남을 가졌고, 3월에는 인도 암바니가 결혼식에 참석했다. 5월에는 일본 출장에서 KDDI와 NTT 경영진을 면담했고, 같은 달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도 만났다. 또 6월에는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승지원에서 회동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경제인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7월에 손정의 회장, 11월 베트남 총리와도 회동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총수로서 글로벌 오피니언 리더 및 기업인과 지속해서 교류를 해왔다”면서 “주요 국가와 해외기업 입장에서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성장을 위한 중요한 파트너로 협력을 창출할 기회라는 인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