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도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모르는 점자가 나타나면 곧바로 찾아보는 것도 가능해졌다. '키보드 혁신'이 만들어낸 혜택이다.
브레일리스트(대표 안재우)는 시각장애인용 점자사전을 개발했다. 점자책을 보다 궁금한 단어가 생기면 곧바로 검색할 수 있다. 미니 키보드 형태로 만들었다. 신용카드 정도 크기여서 휴대성이 뛰어나다. 버튼을 한 개 또는 두 개 누르는 것만으로 점자를 알 수 있다.
점자는 점으로 구성된 글자를 일컫는다. 1개에서 6개 점으로 한 글자가 완성된다. 6개 점이 표현할 수 있는 점자 모양은 63가지다.
학습 과정이 까다롭다. 63가지 모양만으로는 무한대에 가까운 글자, 표현들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글자를 이루는 6개 점 중 첫 번째 점이 올라와 있으면 자음 'ㄱ'이다. 하지만 숫자 1, 알파벳 A로도 해석된다. 헛갈리는 과학·수학 기호도 많다.
점자를 읽지 못해 공부를 포기하는 시각장애인이 대부분이다. 전체 시각장애인중 95% 이상이 점자를 읽지 못한다. 모르는 점자가 있어도 찾아볼 방법이 없다. 브레일리스트가 이 같은 안타까움을 해소했다. 한 시간이면 누구나 점자사전 사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유용성 검증을 마쳤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지원으로 올해 1월 콜롬비아 시각장애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콜롬비아 교육부가 참관했다. 당시 점자 독해 문제를 푼 결과, 평균 점수가 29점에 그쳤다. 그러나 점자사전을 쓰도록 했더니 90점으로 향상됐다.
올해 3월에는 스위스 제네바 UN 본부에서 유니세프가 주관한 전시회에 참여했다. '장애 아동이 공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조공학기기'라는 주제로 개최된 행사다. 총 21개 기업이 기술력과 제품을 소개했다. 아시아에서는 브레일리스트를 포함한 두 개 회사만 초대받았다.
안재우 브레일리스트 대표는 “영어를 배울 때 사전이 필수인 것처럼 점자 학습도 마찬가지”라면서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시각장애인 교육권이 보장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용도 쉬워진다. 브레일리스트는 리보2를 출시했다. 스마트폰을 아바타처럼 원격 조정할 수 있는 초소형 키보드다. 전화를 걸고 받는 것은 기본이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앱) 전체를 쓸 수 있다.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문자를 빠르게 입력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을 적용했다. 한글 천지인처럼 영어 입력에 필요한 버튼 입력 수를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였다. 리보2는 아이폰, 안드로이드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현재 23개 나라에 수출했다. 세계 시각장애인 수는 전맹이 3600만명, 약시가 2억1700만명이다.
안 대표는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을 불편함 없이 쓰는 것만으로도 비장애인과의 정보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UN을 통해 모든 개발도상국에 보급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