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공무원 됐어요.” 아제르바이젠 출신 유학생이 한국 공무원이 된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평소 농담까지 한국인보다 더 잘 구사하는 덕분에 한국인과의 관계도 원만하고 한국문화에도 정통해 주목하고 있던 청년이었다. 한국에서의 7년이 그에게는 새로운 열매를 수확하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하는 그가 재한 외국인을 지원하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크다.
현재 16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우리나라 대학에서 수학하고 있다. 중국 학생이 70%에 가깝지만 파키스탄, 베트남, 케냐, 르완다, 우즈베키스탄, 브라질 등 181개국 학생들이 한국 학문을 배우고 돌아가서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청춘을 불사르고 있다. 그들은 각 나라의 희망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도 미래의 자산임에 틀림이 없다. 학업에 실패하고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를 제외하면 국가 지도자로 성장할 훌륭한 인재들이다. 외국인 유학생을 존중하고 친구로 사귀어야 하는 이유다.
외국인 유학생 성공을 위해 그들에게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어 교과 과정과 교육 환경을 구축, 단순한 수업을 넘어 생활 속에서 한국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외국인 학위 과정에 한국어 수업을 매학기 수강하도록 하고, 졸업 이전에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물론 '외국 유학생에게 꼭 우리말을 강제해야 하는가'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언어가 가장 강력한 소통의 수단임을 감안할 때 유학생의 한국어 능력은 단순한 언어에 머무르지 않는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외국인 유학생 대상 관리를 체계화하고 입학과 선발을 까다롭게 하겠다는 내용의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대학에서 제 역할을 못해 교육부가 대신 나섰겠지만 이는 교육이 관리로 가능하다는 구태의연한 방식이다. 입학생 유치에 골몰하는 대학의 고민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먼저 성찰해야 한다.
현재 외국 유학생 입학 기준으로 한국어능력시험(TOPIK) 3등급을 권장하고 있다. 과연 이 수준으로 한국어 소통이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한국을 배우려는 의지를 충분히 고취시킬 수 있는 지는 더욱 불투명하다. 정부가 해외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은 기우다. 이미 베트남 등지에서 한국어 열풍이 거세지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 단순한 철자와 문법을 넘어 한국어로 소통하고 문화를 체득하는 기회로 삼으면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싹틈은 물론 더 많은 한국 친구를 사귀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인과 결혼해서 스위스에 살고 있는 터키 친구에게서 “외동딸이 있는데 꼭 한국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한다”는 전화가 왔다. 한국을 방문한 그의 가족과 오랜 회포를 풀고 있는데 10대 소녀인 그의 딸이 한글을 읽는 모습에 깜짝 놀랐고, 의미는 전혀 모른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 K팝을 좋아해서 따라 부르려면 한글을 알아야 했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떡여진다. 한글을 익힌 딸은 이제 K팝뿐만 아니라 한국과 한국인까지도 사랑하게 됐다고 한다.
한국어 수업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에게 한국의 얼을 심는 교육이 결코 우리의 이기심에서 출발하는 것만은 아니다. 미래 외국인들과 더 깊이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이다. 10년쯤 후에는 한국어로 인사를 나누는 다른 나라 지도자와의 모습을 기대한다. 미래의 꿈은 오늘 씨앗을 심어야 가능하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