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경영 관련 뉴스를 접하다 보면 '사회적 가치' '사회적 책임'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는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면서 사회, 경제, 환경 등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에 기여할 책임이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이를 통틀어 '사회적경제'라는 말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9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육성하는 사회적경제 기업 5년 생존율이 일반 창업기업보다 두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기업은 생존율뿐만 아니라 연차가 높아짐에 따라 고용·매출 전반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여 주목받았는데요. 사회적경제라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Q:사회적경제는 무엇인가요?
A: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모두 중시하는 경제 활동을 일컫습니다. 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불평등과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습니다.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존 시장 경제와 달리 자본주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사람과 분배, 환경 보호 등 가치를 중심에 두는 것이 특징입니다. 소수의 개인이 아닌 공동체 보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습니다. '나 혼자 잘사는 것이 아닌 내가 속한 사회와 함께 경제적으로 더 윤택해지는 것'이 사회적 경제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잘사는 사회' '사람 중심 경제'를 외치고 있는 현재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성공한 사례가 있나요?
A:사회적경제는 1800년대 초 유럽과 미국에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상호부조조합, 커뮤니티비지니스 등의 형태로 등장했습니다. 특히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렌지 브랜드 썬키스트도 협동조합입니다. 1893년 미국의 몇몇 농가가 중간 유통 도매상의 횡포에 맞서다가 '남부 캘리포니아 과일 거래소'로 출발해 '미국 오렌지 협동조합'이 시작됐습니다. 썬키스트는 조합원의 정당한 이익을 지켜냈을 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품질관리에도 성공해 글로벌화됐습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에 있는 6000개 오렌지 농장이 '썬키스트'라는 공동 상표로 오렌지를 공동 판매하고 있고, 오렌지 주스 시장과 석권했습니다. 이외 스페인 몬드라곤, 바르셀로나 등도 유명한 협동조합 사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0년대 농민협동조합과 도시 빈곤층들의 두레조합 형태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1960년대 시작된 신협운동, 1980년대 생협운동,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화된 실업문제, 고용불안, 심화되는 빈부격차 등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이처럼 협동조합, 공제조합, 재단 등이 전통적인 사회적경제조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사회적경제조직으로 사회적기업, 공유경제, 마이크로크레디트 등으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제도권 금융회사와 거래하기 힘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무담보 소액 대출을 의미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미소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Q:왜 중요한가요?
A:사회적경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배경에는, 우리나라 경제가 그만큼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았고, 잠재성장률 역시 계속 추락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압축 고도성장 과정에서 파생한 여러 사회 문제가 우리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입니다. 소득불균형, 양극화는 물론이고, 취업, 환경문제 등이 줄이어 있습니다. 게다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기술 주도 혁신이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을 뒤흔들어놓을 대변화가 눈앞에 와 있습니다. 기업이 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됐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이나 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고, 이러한 사회적 경제 실현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SK그룹 등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도 사회적가치(SV) 창출에 무게중심을 둔 경영패러다임 전환에 나서고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우석훈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이 책은 사회적 경제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의 기본 개념은 물론 역사적 흐름을 충실하게 소개했다. 또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현재 한국과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경제의 구체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또한 독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 조례 제정 현황을 표로 정리해 실었다. 저자는 한국 경제가 정글 자본주의화 되는 이 시점에 사회적 경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고, 어려운 지역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사회적 경제를 통해 부드럽고 은근하게 보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 책을 통해 주장한다.
<응답하라 사회적경제> 조재석 지음, 나녹 펴냄
이 책은 자본주의가 어떻게 탄생되었고 발전했으며 사회문제를 야기시켜 왔는지를 상세히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회적경제'로 해법을 제시하며 기제는 '협력'이다. 꽃과 곤충도 협력하고 밤하늘에 빛나는 달빛마저 협동의 산물이므로, 행동하는 힘들의 상호작용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오늘이 힘들고 지치더라도 따스한 정을 나눌 수 있고 위로받아 용기 내어 살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길 바라면서 '응답하라, 사회적경제'로 바깥의 세상도 풀어 보자고 말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