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내년 설 연휴 의무휴업일 변경 요청에...대다수 지자체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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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이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대형마트가 내년 설 연휴를 앞두고 의무휴업일 변경을 요청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휴무를 설 명절 당일로 변경해 근로자 휴식을 보장하려는 의도지만 상당수 지자체는 의무휴업제도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며 원론적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 9일 전국 지자체에 설 연휴 의무휴업일 대체지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다음달 의무휴업일인 1월 12일, 26일 중 하루를 설 명절 당일인 25일로 변경해 달라는 요구다.

특히 일요일 대신 평일인 둘째·넷째주 수요일이 의무휴업일인 30여개 자치구에도 대체지정을 요청했다. 주로 경기권과 강원·경북지역으로 설 명절을 사흘 앞둔 22일이 의무휴업일인 만큼, 명절 장보기에 나선 소비자 불편을 줄여달라는 취지다.

이미 지난달부터 대형마트 업체마다 각 지자체에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지만 반응이 여의치 않자 협회 차원에서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협회는 이번 요청이 대형마트의 잇속 챙기기가 아닌 근로자 휴식권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대다수 지역의 대형마트 근로자가 설 당일인 25일에 근무하고 다음날인 26일에 쉬게 되는데, 이를 26일에 근무하고 25일에는 쉴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공문을 받은 상당수의 지자체는 여전히 변경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역 상인들의 반발을 고려해야 하고 의무휴업일을 한시적으로 변경할 경우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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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북구와 서울시 송파구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대체지정 요청에 회신한 공문.

일부 지자체의 회신 공문을 확인한 결과, 광주 북구의 경우 향후 잦은 조정 요청으로 소비자 혼란이 우려되고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의무휴업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들어 불가 입장을 통보했다. 서울 송파구도 의무휴업일을 특정한 것은 점포 이용 시민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변경이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올해 추석에도 의무휴업 변경을 요청했던 업계는 이번 설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전국 189개 시·군·자치구 중 43곳만이 휴무일 변경을 허가했다.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광역지자체 대부분은 휴무일 변경을 불허했다. 그 결과 전국 대형마트 406개 중 28.8%인 117곳 매장만 명절 당일에 문을 닫았고 나머지 매장은 의무휴업일이 그대로 명절 직전 휴일과 겹쳐 장사에 타격을 입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의무휴업일 변경에 따른 소비자 혼란 여부는 사업자 측인 대형마트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으로 관에서 이를 논리로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지난 추석에 수원시가 의무휴업일 변경을 허가했다가 노조와 시민단체에 강한 반발에 부닥쳐 입장을 철회한 사례가 있는 만큼 지자체들이 더 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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