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도시철도역 '시청역'의 구암·반석 방향 플랫폼. 이곳에서 9일 오전 한국기계연구원이 인공지능(AI) 기반의 화재안전 대피시스템을 시연했다.
시연 전 외형상 플랫폼은 이전과의 차이를 찾기 어려웠다. 바닥에 시연을 위한 불 모형이 설치돼 있었지만 이밖에 다른 점은 없었다.
차이는 천장에 있었다. 전에 없던 원통형 장치가 약 4m 간격으로 설치돼 있었다. 유사시 레이저로 이동 방향을 표시하는 지시기다.
이어진 시연에서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짧은 사이렌 소리와 함께 화재 발생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온 직후 지시기에서 쏘아져 나온 빛이 플랫폼 바닥에 초록색 선을 그렸다. 레이저를 쓰는 만큼 불이 꺼진 어두운 상황이나 연기가 들어찬 상황에서도 쉽게 동선을 판별할 수 있었다.
한형석 기계연 박사는 “함께 설치한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열이나 연기, 일산화탄소(CO)를 감지해 몇 초 안에 대피 동선을 레이저로 보여 준다”면서 “시청역에 약 120개에 이르는 레이저 모듈을 설치, 면밀한 대피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대피 동선은 상황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이것이 시스템 핵심 내용이다. 시스템은 화재 발생 위치와 시간을 고려해 대피자가 현 위치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역을 빠져 나갈 수 있도록 최적화한 동선을 보여 준다. 상황이 다르면 동선도 달라진다. 그렇다고 동선 도출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기계학습(딥러닝)을 활용한 결과다.
기계연은 다양한 화재 시뮬레이션 상황을 데이터로 활용해 동선 도출 성능을 높였다. 이 때문에 구조가 복잡한 대형 역 지하상가나 대형빌딩에서도 대피 동선 여러 개를 빠르게 도출할 수 있다.
한 박사는 “구조가 복합한 곳에 시스템을 적용해도 다양한 동선을 제시, 대피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서 “이번 시연은 지하철역사에서 진행했지만 스마트빌딩에서도 시스템 활용도가 매우 높고, 스마트시티 핵심 요소로도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계연은 시스템을 전파할 마케팅 계획도 세웠다. 참여 기업인 텔코코리아가 이를 담당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도시철도 역사, 대형 빌딩은 물론 수출까지 준비하고 있다.
김정집 텔코코리아 대표는 “홍콩의 경우 건물이나 시설 노후도가 심각하고 복잡해서 이 같은 안전 시스템 수요가 많다”면서 “수출을 위한 현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