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KOICA) 공적개발원조(ODA) 입찰정보 공개를 놓고 입찰 참여업체와 코이카 간 논란이 일고 있다.
소방 분야 중견기업 A사는 코이카가 지난 9월 발주한 60억원 규모 '방글라데시 소방방재역량강화 시스템개발 및 기자재공급사업'에서 입찰과정에 불공정 행위가 의심된다며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코이카를 고발했다. 법원에 계약 정지 가처분신청 소송도 제기했다.
A사는 이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된 한 기업이 중요 스펙을 누락한 채 입찰제안요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이카에 평가자료와 입찰제안서 등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코이카는 평가자료와 입찰제안서는 코이카 정보공개운영규정과 행정안전부 정보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공개 정보라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A사는 선정 기업 입찰제안서에 문제가 있는지 판단해 달라며 권익위에 고발했고, 법원에는 계약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권익위는 입찰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코이카에 우선협상대상기업 입찰제안서와 사업수행계획서를 요구했지만 코이카는 입찰제안서는 정보유출방지 차원에서 폐기했다며 사업수행계획서만 국민권익위에 제출한 상태다.
A사는 코이카의 정보 비공개 관련 근거가 입찰참가업체나 심사위원 등 외부인에 의한 정보유출 방지를 목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이어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코이카 기술평가지침에도 평가결과를 공개하도록 명확히 규정돼 있다고 했다. 우선협상대상 기업이 중요 스펙을 누락한 채 입찰제안서를 냈다면 스펙 미달로 사업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입찰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코이카 입장은 다르다. 코이카는 입찰에 참여한 모든 기업의 제안서는 폐기하게 돼 있고, 우선협상대상기업 제안서 역시 사업협상을 마무리하고 사업수행계획서를 받은 후에는 폐기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코이카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한 입찰인데도 탈락한 기업이 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오히려 우선협상대상기업이 제때 본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은 입찰 완료 후 발생할 수 있는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정보공개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이카 기술평가지침도 평가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는 규정과 비공개한다는 규정이 공존하고 있어 해석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입찰 의혹 여부를 떠나 ODA 사업 계약시스템과 입찰 관련 규정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ODA 사업은 매년 증가 추세이고, 원조사업 부실은 국가 신뢰도 실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향후 비슷한 문제제기에 대비해 입찰부터 기술평가, 협상, 계약에 이르는 전 과정을 기록하고 투명하게 감시하는 선진화된 시스템이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