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건조기 이슈와 관련한 분쟁조정 성립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와 소비자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정안이어서 소송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원이 건조기 제품 하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쟁조정위)가 송달한 '집단분쟁조정결정서'를 두고 소비자와 LG전자가 검토에 들어갔다.
양측은 결정서를 송달받은 뒤 15일 이내에 조정안 수락 여부를 분쟁조정위에 통보해야 한다.
현재 소비자와 LG전자 모두 위자료 10만원 지급이라는 조정안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분쟁조정에 247명의 소비자가 참여했는데, 소비자가 요구한 환불과 위자료 10만원 지급은 격차가 크다. 반대로 LG전자는 콘덴서 10년 보증과 무상서비스를 통해 품질보증 책임을 다할 수 있어 추가 위자료 배상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분쟁조정 성립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분쟁조정 사례들도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분쟁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미 일부 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집단소송 준비 움직임도 나온다.
이와 별개로 분쟁조정위 결정 내용도 관심을 끈다. 분쟁조정위는 결정서에서 건조기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분쟁조정위는 건조기 콘덴서의 먼지 축적, 응축수 잔존, 녹 발생 등이 히트펌프식 건조기의 공통된 현상이고 하자로 단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LG전자가 '무상수리' 책임을 부담하고 있어 이를 넘어서는 대금 환급(환불) 요구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분쟁조정위가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광고 부분이다. 일정 조건이 충족돼야 콘덴서 자동세척이 작동하는데도 '건조 시 마다 콘덴서를 자동세척할 것'이라고 광고한 것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했을 여지가 있다고 봤다.
다만 광고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LG전자가 무상수리 책임을 부담하고 있어 환불 요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신 소비자 선택권 제한과 무상서비스 과정에서 겪는 불편 등을 고려해 10만원의 위자료 지급 결정을 내렸다.
업계와 법조계도 이번 결정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우선 기존 집단분쟁조정 사례와 건조기 사례의 차이점 때문이다. 기존 분쟁조정 사례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하자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와 달리 LG전자 건조기 사례는 제품 하자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향후 소송 과정에서도 분쟁조정위 판단이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
광고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위자료 10만원을 부과한 것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상품을 부각시켜야 하는 광고의 특성상 완벽한 광고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면서 “시비를 가릴 경우 무결한 광고는 손에 꼽기 어렵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조정안에 대해 검토한 후 기한 내에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