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기업' 유치가 아닌 '청년'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국가의 미래인 젊은 세대가 사랑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 쇠락한 도시도 부활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 성동구청이 주최한 '2019 스마트포용도시 포럼' 참석차 방한한 톰 머피 전 피츠버그 시장은 전자신문 인터뷰에서 “많은 도시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대기업 등 기업 유치에만 집중 한다”며 “이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머피 전 시장은 12년 동안 피츠버그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오염되고 쇠락한 피츠버그를 첨단 정보기술(IT) 도시이자 미국 내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부활시킨 도시재생 전문가다.
그는 “시장이 됐을 때 피츠버그는 '참담' 그 자체”였다고 기억했다. 20세기 미국 철강 산업의 중심지였던 피츠버그는 1960년대부터 철강 산업이 쇠퇴하면서 수십 년간 하락세의 길을 걸었다. 젊은이들은 모두 대도시로 떠나버려 인구는 계속 감소했다. 주력 산업이 사라지자 많은 실업자가 생겼고,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해졌다.
머피 전 시장은 일단 도시의 중심이 되는 청년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는 “피츠버그의 장점은 카네기멜론 등 좋은 대학이 자리 잡은 것이었다”며 “우수한 학생들이 다른 대도시로 떠나지 않도록 창업환경 조성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메이커스페이스 운영, 창업 지원 등을 통해 학생이 부담 없이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대기업보다 청년이 본인의 꿈을 빠르게 펼 수 있는 스타트업 육성에 힘썼으며 곧 많은 일자리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피츠버그의 강점인 카네기멜론 대학을 중심으로 산학협력도 지원했다. 머피 전 시장은 “카네기멜론대와 구글의 융합연구를 성사시키기 위해 구글에 인프라 등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구글이 연구원 2명만 보냈으나 현재는 700명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산학협력이 이뤄지면서 피츠버그는 철강에서 '자율주행자' '로봇' 중심도시로 변모했다.
머피 전 시장은 청년이 여유롭게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는 공원 조성에도 힘을 쏟았다.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춰야 청년이 도시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산업폐기물이 넘쳐나던 수변공간을 정화한 뒤 공원으로 만들었다.
그는 “아무리 일자리가 많아도 도시에 녹지공간이 없다면 젊은 세대가 계속 살기 원하는 도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으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수변공원에서 청년들이 이야기 나누며 웃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다. 희뿌연 오염된 공기로 가득 찬 희망이 없는 도시가 청년이 공원에 모여 여유를 즐기는 도시로 변했다”며 웃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