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전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린 '가전신화(家電神話)' 조성진 부회장이 아름답게 은퇴한다.
조성진 부회장은 2016년 말 LG전자 CEO에 선임됐다. LG브랜드를 글로벌 1위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LG전자는 생활가전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세계 최대 가전 업체 미국 월풀을 앞서며 새로운 신화를 썼다.
그가 1976년 9월에 입사했으니 LG전자에서만 어느덧 만 43년 2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조 부회장은 “한 회사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을 다닌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며 “은퇴조차도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젊음을 포함해 모든 것을 LG전자와 함께 했기에 후회나 부끄러움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된 수익구조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넘길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더 튼튼하고 안정된 회사, 미래가 좀 더 담보된 회사로 만들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고 덧붙였다.
조성진 부회장은 LG전자에서 재직한 43년여 동안 수많은 공로를 세웠다.
입사 후 36년간은 세탁기에 매진하며 LG 가전 사업을 세계 최정상에 올려놨다. 2012년 말에는 사장으로 승진하며 세탁기를 포함한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 전반을 맡았다.
조 부회장은 세탁기 사업을 통해 쌓은 1등 DNA를 다른 생활가전으로 확대하며 H&A사업본부 체질을 바꿔놓았다. 지속적인 R&D 투자, 고도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안정적 수익구조 등을 기반으로 LG전자 생활가전 위상을 높였다.
아이디어도 남달랐다. 조 부회장은 신개념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미니워시를 결합한 '트윈워시' 등 세상에 없던 제품을 내놓았다. LG 퓨리케어 360°공기청정기, 코드제로 A9 등 신가전 열풍을 만든 것도 그의 작품이다.
조 부회장은 “가전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세상에 없던 제품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LG전자 H&A사업본부는 4년 연속 매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역대 최대'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 부회장은 '따뜻한 CEO' 였다. 조 부회장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직원과 소통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경영자가 아닌 선배로서 조언자 역할을 자처했다.
미래준비를 위해 도전하는 문화를 강조했다. 빠르게 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의 성공 방식, 관행적으로 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한발 빠르게 시장을 살피고 도전해 실패하더라도 그 가치를 자산으로 삼을 수 있는 조직문화 구축에 앞장섰다.
그는 새로운 리더십이 LG전자 도약을 이끌 것이라며 아름답게 자리를 후배에게 내줬다.
조 부회장은 “LG전자가 영속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1등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새 CEO 권봉석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