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한글인터넷주소와 만나다]10년째 내리막…추락 중인 한글인터넷주소

한글인터넷주소가 도입된 지 10년이 흘렀다. 하지만 활성화는 더디다. 지난해 한글날을 기념해 진행한 무료 등록 이벤트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반짝 반등을 보였다가 올해 이벤트가 종료되자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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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인터넷정보센터)

26일 한국인터넷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한글.kr'과 '.한국'을 사용하는 한글도메인 등록 건수는 올해 10월 기준 12만2598개를 기록했다. 2011년 약 35만개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글도메인 등록건수는 2011년 도입 후 10년 가까이 하락세를 이어왔다. 도입 이듬해부터 14만개가 줄었고 3년째 7만7000개가 사라졌다. 지난해 경우 등록건수가 60만개 이상으로 전년 대비 52만개 이상 늘었으나 이는 무료 도메인 등록 이벤트로 인한 한시적 효과였다. 1년 무료 등록 기간이 종료된 올해 49만개가 다시 감소했다.

반면 '영문.kr' 도메인 등록건수는 2011년 95만개에서 조금씩 늘어나 올해 103만개 이상을 기록했다. 전체 인터넷 주소에서 한글도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줄어든 셈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관계자는 “지난해 활성화 차원에서 한글도메인 무료 등록 이벤트를 진행했으나, 현재 몇천건 정도를 제외하면 대다수 말소된 상태”라며 “글로벌 사용이 어려운 점이 한글 도메인 확장에 걸림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글도메인은 퓨니코드라는 인코딩 방식을 활용해 한글만으로 인터넷 주소 접속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회사명.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된다. 확산 시 체감할 수 있는 효과는 다양하다. 복잡한 영문 주소 대비 기억 및 인지가 쉽고 입력이 간단하다. 영어 사용이 익숙치 않은 유소년이나 노령층 인터넷 이용자 인터넷 접근성을 높이고 정보 격차에 기여할 수 있다.

기업의 경우 사명, 브랜드, 제품명을 바로 도메인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시인성이 좋고 홍보 파급력을 키우는 효과도 있다. 특히 오프라인 광고에서 인터넷 주소를 알릴 일이 있다면 진가를 발휘한다. 또 '샘이 깊은 물'처럼 한글로만 이뤄진 브랜드는 영어로 번역시 느낌을 전하기 어렵지만 한글도메인에는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

보안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주요 사이트와 똑같이 만들어놓은 가짜 사이트로 이용자를 유도해 정보를 탈취하는 피싱사이트 문제 대안이 될 수 있다. 피싱사이트는 통상 스마트폰 문자 등으로 주소링크를 보내는 수법을 쓴다. 주소 철자 하나를 교묘하게 바꿔 이용자가 가짜 사이트 주소라는 것을 알기 어렵게 한다. 한글로 된 주소는 간결하고 정확한 인지가 가능해 헛갈릴 우려가 적다.

한국 사정과 달리 다른 국가들은 자국어 인터넷 주소 활용에 적극적이다. 배진현 콤피아 대표는 “독일은 자국어로 등록된 도메인네임 숫자가 1600만개로 우리나라의 10배에 달한다. 중국이나 일본 등 한자 문화권도 마찬가지”라며 “자국어로 된 주소를 더 안전한 사이트라고 여기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 세계 인터넷 주소 최종 조정 기관인 IANA의 최상위 도메인(TLD)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한글로 된 도메인은 컨트리코드인 '.한국'을 포함해 '.테스트' '.닷넷' '.삼성'까지 5개 정도에 불과하다. 최상위 도메인은 한문이나 힌디어(인도 문자)로 된 최상위 도메인이 수십개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최상위 도메인 숫자는 도메인 요구량과 비례해 증가하므로 자국어 도메인 수요량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다. 한국 인터넷주소 총량이 적은 것도 아니다. 올해 7월 기준 국내 IP주소 할당 건수는 IPv4 방식이 세계 6위, IPv6 방식이 세계 12위를 기록했다.

한글도메인 확산이 더딘 원인으로는 기관 외면과 홍보 부족이 꼽힌다. 지난달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339개 중 한글 도메인을 도입한 기관은 51%인 175개에 불과했다. 국악방송, 시청자미디어재단, 한국문화정보원, 한국문화진흥,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언론진흥재단,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등 164곳은 한글 도메인을 등록하지 않았다.

일반 인터넷이용자 대부분이 한글 인터넷주소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포털사이트를 거쳐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PC와 모바일 브라우저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크롬 영향도 있다. 주소입력창에 키워드 입력 시 바로 구글 검색 결과를 노출하도록 기본 세팅이 돼 있어, 사실상 검색창과 주소입력창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내년 4월부터 등록이 허용되는 '2단계 숫자도메인'이 활성화되면 웹사이트 직접 접속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www.1234.한국' 처럼 전화번호나 숫자 브랜드를 도메인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순수 숫자로 구성된 도메인은 'www.1234.co.kr'과 같은 방식으로 3단계로만 허용돼 왔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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