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문연 정원 조정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현행 제도 보완, 개선책도 내놨다. 전문연의 형평성, 근태, 근무환경 관련 논란이 따라온 만큼 책임을 강화하되 복무 여건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사 전문연은 박사학위 취득을 의무화했다. 단순 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연구과정이 병역의무 이행으로 간주돼 형평성 논란이 지속된 데 따른 조치다. 일각에선 박사학위 취득 의무화가 규제로 작용하지 않도록 학생 여건 등을 고려한 융통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무기간으로 인정해 온 박사학위 취득과정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대신 1년의 기간은 학위 취득 후 기업·연구소 등 연구현장에서 복무하도록 했다.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출연연, 대학연의 석사 전문연 정원을 이로 대체하다는 복안이다. 개선된 제도는 2023년 박사과정 전문연 편입 인원부터 적용한다.
연구의 특성을 고려해 박사과정 전문연 복무 시간 관리를 일단위(8시간)에서 주단위(40시간)로 전환했다. 그동안 복무 시간을 일단위로 관리하면서 밤새 연구 등을 해도 다음 날 정시에 출근하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 이를 두고 연구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기업 근무시간과 동일하게 복무시간을 설정함에 따라 관리 기준상 부실 복무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따라왔다.
부실 복무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였다. 무단결근, 무단 지각·조퇴 등을 할 경우 위반 기간의 5배수 복무를 하도록 했다.
기업 근무 비중이 높은 석사 전문연과 관련해선 중소·중견 기업 지원 기능을 강화했다.
대기업 전직 제도를 폐지해 중소·중견 기업이 전문연구요원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완한다. 중소·중견기업 복무 전문연은 18개월을 채우면 대기업으로 전직이 가능했다. 기업 입장에선 18개월 재직 이후 인력이 퇴사하면 손실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를 폐지해 중소기업 연구 인력이 조기에 유출되는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대기업의 신규 편입을 제한하고 있는 현 제도 취지와도 궤를 같이 한다.
다만 전문연의 대기업 유입을 완전 차단하는 것이 득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대기업으로 전직 허용이 전문연이 중소·중견기업으로 유인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전문연이 재직기간을 채우고 퇴사하면 어떤 기업은 뽑지 않는 것보다 더 손실이 클 수 있지만 짧은 기간 재직을 하더라도 계속 유입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면서 “추후 제도 이행 과정에서 부작용을 점검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연의 공익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았다.
전문연의 국가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국가 전략 산업 분야를 고려한 인원 배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소재·부품·장비 분야처럼 산업구조 취약점과 중요성이 부각된 분야를 선정해 인력을 정원을 전략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정원 감소폭을 최소화하고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에 대한 배려가 이뤄졌다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다만 전문연 인력이 향후 중소·중견기업에 정착하고 장기간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 등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제도 이행 과정을 지속 모니터링하면서 전문연이 과기, 산업계를 넘어 국가 기술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지속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