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액 9조3700억원.
우리나라 역대 최대 '빅딜'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3년이 지났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 사업을 빠르게 늘리는 한편 TV 등 음향기술 업그레이드를 이뤘다. 하만은 인수 후 3년 연속 매출액을 늘리며 인수합병(M&A) 시너지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인수하며 자동차부품 사업 확대에 힘을 실었다. 주력인 스마트폰과 TV 등 하드웨어(HW) 성장이 둔화함에 따라 반도체 사업에 편중된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시도였다.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자율주행·전장부품 사업 확대를 노렸다. 전장 사업은 완성차에 부품을 공급할 때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하만의 영업망을 활용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로 '삼성=자동차 전장회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공개된 첫 기술 합작품은 '디지털 콕핏'이다. 디지털 콕핏이란 자동차 운전대와 버튼을 터치 패널로 대체한 차세대 운전시스템이다. 여기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카메라와 5세대(5G) 이동통신 솔루션 등이 담겼다. 올해 초 중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에 디지털 콕핏을 공급했다.
전장 분야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으로, 기업은 수주 소식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삼성전자가 최근 다수 완성차 업체와 거래 관계를 맺고 공급 계약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14일 “삼성의 하만 인수를 통한 전장 사업 진출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스마트폰·TV 등에서 음향 기술도 빠르게 개선됐다. 하만의 오디오 기술은 삼성전자의 다양한 기기로 녹아들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하만 카돈과 협력, TV 사운드바를 선보였다. 삼성 극장용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 '오닉스'에도 하만 카돈 사운드 기술을 적용했다.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하만 이어폰을 번들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앞으로 음향 주변기기뿐만 아니라 TV와 스마트폰 등 제품 자체 사운드 기술 개선도 기대된다.
하만 매출은 2017년 9조1718억원에서 2018년 10조9711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5조5502억원으로 연내 11조원 매출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만이 삼성전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상승했다. 2017년 3.0%에서 지난해 3.6%를 기록했고, 올 상반기엔 4.3%까지 높아졌다.
삼성은 하만 인수 후에도 간섭보다 최대한 자율 경영을 보장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의 전략적인 속도 조절이라는 관측이다. 하만 자체로도 경쟁력 있는 별도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자율 경영을 보장하는 가운데 순차적으로 기존 삼성전자나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꾀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하만은 전장, 오디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만 주요 제품 시장 점유율 추이>
자료:삼성전자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