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근로자성 인정 여부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논쟁거리다. 자신의 차량으로 승객운송업을 하는 우버·리프트 드라이버 문제가 대표적이다. 9월 캘리포니아에서 'AB5(AssemblyBill5)' 법안이 통과되면서 미국에서도 논쟁이 한층 가열됐다. 내년 1월부터 법이 시행되면 플랫폼 업체는 소속 드라이버에 대해 최저임금, 초과 근무수당 등 보장 압박을 받는다. 우버를 포함한 플랫폼 업체 연합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9000만달러(약 1052억원)를 대체법안 마련에 투입하고 있다.
AB5 법안은 우버 기사와 같은 주문형 플랫폼 노동자 법 지위를 '독립계약자(개인사업자)'로 분류하기 어렵게 만드는 법이다. 독립계약자의 노동 형태가 일정 조건을 갖춘 경우 플랫폼 업체가 이들을 정직원으로 채용, 제대로 된 임금과 처우를 보장하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2018년 캘리포니아 대법원이 내린 다이나멕스 판결이 AB5법안 통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일배송 서비스 회사 다이나멕스가 2014년 정규직 배송기사를 모두 독립계약자로 전환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배송기사들은 사측 결정에 반발해 2015년 집단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이후 항소법원에서 내린 파기환송 결정을 기반으로 결국 대법원에서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에서 쟁점은 다이나멕스와 배송기사 중 누가 노무 통제권을 행사하는지 문제였다. 고용관계 여부를 12가지 지표로 판단하는 보렐로 테스트가 고려됐으나, 법원 재량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법원은 이를 대신하는 'ABC테스트'를 수립해 정의 범위를 제한했다. 판결은 배송기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내려졌다.
ABC테스트는 노무 제공자를 우선 피고용인으로 두고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독립계약자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회사 지휘·통제로부터 자유롭고 그 회사의 통상적인 비즈니스 이외 업무를 해야 하며 스스로 독립 고객층이 있어야 독립계약자로 분류할 수 있다. 이 ABC테스트가 법제화된 것이 AB5법안이다.
법이 시행된다고 모든 우버 드라이버가 정규직 노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우버 사업 형태를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우버는 ABC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문형 플랫폼 시스템에서 일정한 사용-종속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우버는 올해 4월 기업공개(IPO) 설명서에 “운전기사가 독립계약자가 아니라 피고용인으로 분류된다면,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모델 변경을 야기해 우버 비즈니스 및 재정 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들어 연속된 구조조정 및 수익성 다각화 시도가 이어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우버는 올해만 3번의 구조조정을 단행해 직원 1000여명을 해고했다.
다만 미국에서도 주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 근로자성 판례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뉴욕 주는 우버 전직 운전수의 실업보험법상 근로자로 인정했으나 플로리다 주에서는 주 지방법원이 산업재해보상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한 사례가 있다. 연방법원 역시 식품배달 분야 플랫폼인 그럽허브 취업자에 대해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미국 플랫폼 노동자 관련 사건 (자료:업계 취합)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