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싸움에 중국만 득 본다"…日 반도체 전문가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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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야 와타루 일본 산교타임즈 대표가 1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지금 경제전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양국 모두 지금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이즈미야 와타루 일본 산교타임즈 대표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가 주최한 '2019 명사 초청 세미나'에서 한일 갈등 장기화를 우려했다.

와타루 대표는 43년간 일본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취재해 온 인사다. 그는 최근 상황을 우려하는 이유로 △글로벌 IT 시장에서 중국의 진격 △반도체 사업이 촌각을 다툴 만큼 하이엔드 사업이라는 점을 꼽았다.

그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이미 한·중·일 밸류체인이 공고하게 형성돼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업체들이 반도체 핵심 장비와 재료의 절반 이상을 한국으로 공급하면, 한국이 중국으로 중간재를 수출하고 완성품을 만든 중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 내놓는 구조다.

하지만 중국이 '제조 2025' 정책을 바탕으로 자국에서 대부분 부품과 재료를 수급하겠다며 나섰다.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최대 수요가 끊길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따라서 '한일 분쟁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와타루 대표는 한국의 핵심 소재 국산화 움직임이 촌각을 다투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이 뒤처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수출규제 이후 재료 개발에 치우치다 보면 디바이스 제조에 특화된 한국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일 갈등은 일본 업체들에게도 큰 타격이다. 그는 7월부터 이어진 수출규제로 일본 소재 기업들도 직접적인 영향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일본 불화수소 기업 스텔라케미파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88% 급감했다.

그는 “실제 일본에서도 불이익을 받는 기업들이 있다”며 “현지 반도체 재료 단체들도 정부에게 최대한 빨리 일본 수출규제를 철회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와타루 대표는 이른 시일 내에 수출규제를 철폐하면서 한-일 밸류체인을 회복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디바이스와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집중하면서, 일본 소재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국내로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와타루 대표는 “지난해 주한 일본기업 중 흑자기업 비율이 84.9%에 이를 만큼 일본 기업이 상당한 실적을 내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모두 중국의 위협에서 윈윈할 수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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