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자동차 수출이 지지부진한 반면에 전기차 수출은 두 배 가량 늘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전기차(BEV)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업체 중에 현대·기아차가 보급형 차종을 가장 많이 보유했다. 지금까지도 4000만원대 경쟁 전기차 차종이 거의 없을 만큼, 이 시장을 공략했던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말까지 국산 전기차 수출액은 총 25억6600만달러(약 2조97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03.3%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수출이 357억79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6.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전기차 수출은 지난달까지 3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전기차 수출액은 처음으로 3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8억200만달러를 기록하며 처음 10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1년 만에 또 다시 신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이처럼 전기차 수출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지난해에는 4.4%에 그쳤으나 올해(1∼10월)는 7.3%까지 높아졌고, 특히 지난달에는 9.2%에 달해 조만간 10%대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최근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유럽연합(EU) 국가를 중심으로 전기차 수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자동차 수출이 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데에도 한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 유일하게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각각 2개 모델 씩 4종을 해외 판매중이다. 이는 폭스바겐·토요타 등 글로벌 기업을 통틀어 가장 많은 전기차(BEV) 모델 수다. 여기에 이들 4개 모델의 판매가격은 4000만원대로 같은 가격대 경쟁차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나, 니로가 올해 나온 글로벌 전기차 중에 가성비 대비 최고 수준의 차량이다”며 “현대·기아차가 전기차 생산에 좀 더 집중한다면 내년도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 선두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한편 전기차 수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또 다른 '신 수출동력' 품목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차전지 수출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이차전지 수출액은 61억8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했다. 특히 물량 기준으로는 증가율이 6.8%에 달해 '20대 수출 품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