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최근 3년간 반도체 설비투자액이 인텔보다 50%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 간 설비투자 격차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중국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메모리와 이미지센서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초미세공정 선제 투자를 통한 초격차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은 극자외선(EUV) 공정 도입과 메모리 설비 증설을 통한 초격차 전략을 고수해 나갈 방침이다.
7일 삼성전자와 인텔의 최근 3년간 반도체 설비 투자액을 종합한 결과 삼성전자는 74조3000억원, 인텔은 49조3000억원을 각각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 간 격차는 50.7%다.
양사의 설비투자 규모는 2011~2013년 22.3%, 2014~2016년 35.2%로 삼성전자가 앞서 왔다. 그러나 금액 차이가 5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도별로는 2017년의 차이가 가장 크다. 인텔은 13조7000억원을 쓴 반면에 삼성전자는 27조3000억원을 투자하면서 무려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이 시기에 삼성전자는 평택 메모리 공장 신축과 파운드리 부문의 한 자릿수 나노공정 설비 투자를 본격화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반도체 설비투자 '양대산맥'이다.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 기기의 정보 저장을 담당하는 메모리, 인텔은 각종 정보를 연산 처리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주로 생산한다. 두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업체인 만큼 설비투자액도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2016년까지 10조원대 안팎으로 비슷하던 양사의 설비투자액이 2017년부터 크게 벌어진 중요한 배경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폭풍 성장과 양사 제품군 차이 때문이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현지 내수 시장 공략을 위해 스마트폰 생산 물량을 크게 늘리면서 '메모리 초호황기'가 찾아왔다. 또 서버 시장이 무르익으면서 데이터센터향 물량도 덩달아 늘었다.
삼성은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등 대세로 떠오른 모든 IT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D램, 낸드플래시,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강자다. 인텔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CPU만을 주력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인텔은 스마트폰에 장착할 수 있는 제품 생산에 한계를 보였지만 삼성은 데이터센터와 모바일용 제품 모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비투자액이 차이날 수밖에 없다”면서 “모바일 시장 적응력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중국 메모리 시장 사수와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설비투자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은 파운드리 시장 1위인 TSMC와 EUV 초미세 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고, 2025년까지 메모리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는 중국 업체들에 대응해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올해 화성 EUV 라인과 중국 시안 2공장 등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시안 공장 구축으로 주요 시장인 중국의 '제조 2025' 움직임에 대응하고, EUV 라인 구축으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초격차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