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업계가 △석유화학 △정밀화학 △플라스틱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일본산 제품을 대부분 국산화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다만 완벽한 국산화를 위해 지속적인 정부 지원과 함께 전문인력 양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화학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발간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화학, 정밀화학, 플라스틱, 바이오 등 국내 화학산업 전반에서 일본산 제품을 대체하거나 국산화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상당 부분 일본산 대체가 이뤄졌거나 국산화가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산업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 이후 해외 수입처 다변화와 대체 소재개발, 정부 지원으로 영향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학업계가 일본 수출규제 조치 영향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업계는 파급력을 예측·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주력해 왔다.
일본산 화학제품을 국산화할 경우 얻는 수익은 천문학적일 전망이다. 지난해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 수입액은 60억5000만달러(7조198억원)로, 수출액 37억9000만달러(4조3975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같은 기간 장비 수입액과 수출액도 각각 9억3000만달러(1조791억원), 1억5000만달러(1740억원)로, 대(對)일본 무역적자 규모는 7억8000만달러(9051억원)에 이르렀다.
어림잡아 45조7000만달러(5조3000억원) 규모 외화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반대로 국내 화학산업계에는 수조원대 수요 시장이 열린다.
위원회는 다만 전체 화학제품 탈(脫)일본화가 성공하려면 정부 정책이 보다 세분화돼야 한다고 짚었다. 앞서 정부는 100대 핵심 소재·부품에 향후 7년간 7조8000억원을 투자하고, 37조5000억원을 금융 지원하는 '소부장 연구개발(R&D) 지원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정부 출연기관 소재·부품 국산화 대상 품목과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수요-공급 기업 간 컨소시엄 구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소재·부품 R&D와 고급기술 인력 양성 사업을 지원하고, 지역별 특성화 대학과 대학원의 R&D 과제 연계를 적극 도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일본 수출 규제 영향이 없는 게 사실이지만, 소재·부품 분야에서 기술적 열위를 극복하려면 R&D 분야 집중 투자와 체계적 인력 양성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소부장 국산화를 위해 협회와 업계도 적극 협조,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