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표준정책 적극 펼치는 中, 우리 기업도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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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성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중국은 표준을 포함한 기술 규제 조치를 비관세 장벽으로 적극 활용하는 국가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뒤늦게 가입했지만 2002~2017년에 무역 기술 규제 1314건을 통보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WTO 무역기술장벽(TBT)위원회에서 논의된 특정무역현안(STC) 건수는 59건이다. 이 가운데 중국이 기술 규제 대상으로 제기한 것이 14건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통보 건수의 24%를 차지하는 것으로, 주요국 가운데 최대 비중이다.

이러한 중국이 최근 표준 정책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은 TBT 기초가 되는 '표준화법'을 1988년에 제정했다. 그동안 중국 경제와 산업이 발전하면서 기존 기술표준제도가 산업과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2017년 11월 기존 표준화법을 전면 개정했다. TBT와 함께 국제표준에 부합하라는 요구에 직면하면서다. 중국은 2016년에서 2020년까지 경제발전계획을 담은 '13·5계획'에서도 향후 신흥 전략 산업에서 중국발 국제표준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2013년에 제시한 '일대일로' 전략에서는 해당 전략 참여 국가 대상으로 중국 기술과 표준 수출을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또 지난해 개정한 국가표준화법(이하 개정법)에서 기존의 여럿이던 강제표준 제정 주체를 국가로 단일화했다. 개정법에서는 강제성 표준 원본은 무료로 사회에 공개해야 하고, 국가는 사회가 표준 원본을 무료로 공개하도록 추진한다고 규정했다. 그동안 중국에서 강제 표준을 포함한 법령 이용이 제한된 관계로 지적받아 오던 투명성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여러 부처에서 표준을 중복 제정하는 문제를 막을 뿐만 아니라 부처나 지방정부마다 강제표준을 제정해 표준이 통일되지 않던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지난해 7월 30일 표준 관련 부서도 전면 개편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신설 부처인 시장총국(SAMR)이 모든 제품 표준, 적합성, 안전, TBT, 동·식물위생검역조치(SPS)를 총괄한다. 규제 기관 간 업무 중복을 줄이고, 규제 기관의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했다.

다만 이러한 개선이 실제 체감될 것인지는 개정법 운영을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부표준 11만7000종을 보유했다.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는 중국이 종종 자국 시장에서 외국 기술 시장 접근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중국 기술을 우대하기 위해 전략 산업에서 국제표준과 다른 '중국 고유 표준' 제정을 의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용 소프트웨어(SW), 빅데이터에 대한 중국 기술 표준은 대부분 국제표준과의 연관이 없다. 중국 핵심 스마트 제조 기술 표준은 기술 통제에 매우 긴요하지만 이들 스마트 제조 기술 표준 가운데 단지 절반 정도만이 국제표준과 부합한다. 이는 중국이 미래 핵심 기술 개발에서 표준 정책을 이용하려는 의도된 정책임을 보여 주는 단편 예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자국 표준을 글로벌 표준으로 설정하기 위한 표준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얀마, 태국 등 자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에 있는 국가로 하여금 중국 표준을 채택하도록 시도하는 것이 한 예다. 일대일로라는 인프라 프로젝트를 통해 거대 해외 투자를 추진하면서 사업 참가국에 건설부터 금융, 데이터관리에 이르는 분야에 중국 기술 표준을 채택해 달라고 요구한다.

우리나라 기업에도 중국 및 동남아 수출에서 TBT 위협 잠재 요인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표준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중국 정부의 시도가 다른 경쟁국 기업이 제3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도 중국의 글로벌 표준화 정책 드라이브에 대비해야 한다.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통한 국제표준 제정 과정에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jskoh@ki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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