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미국 합작사인 피아트 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앵)그룹이 합병 조건에 합의했다. 합병이 최종 성사되면 폭스바겐그룹·토요타·르노닛산에 이어 세계 4위 거대 자동차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31일(현지시간) FCA와 PSA 그룹은 공동성명을 내고 “양측 이사회가 두 기업 합병을 위해 50대 50 방식으로 완전한 결합을 추진하기로 만장일치 합의했다”고 밝혔다.
존 엘칸 FCA 회장이 새로운 합병 회사의 이사회 의장이 되고, 카를로스 타바레스 푸조 최고경영자(CEO)가 CEO와 이사회 멤버를 맡는다. 새로운 이사회는 푸조 6명, FCA 5명으로 구성된다. 미국과 프랑스 정부는 양 사의 합병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이번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FCA와 푸조의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을 합치면 870만대로 업계 4위가 된다. 엘칸 회장은 PSA 그룹과 협상을 벌이면서 14년간 FCA를 이끌었던 지난해 세상을 떠난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전 CEO가 얻은 교훈인 '합병을 통해 성장하거나 아니면 사라지거나'를 실천했다고 WSJ은 전했다. 피아트를 설립한 아넬리 가문의 후계자인 엘칸 회장은 '르노SA'와의 합병에 실패한지 약 5개 월만에 타바레스 CEO와의 협상을 통해 PSA 그룹과 합병에 성공했다.
유럽 2위 규모의 PSA와 FCA가 합병하면 시가총액 484억달러(약 56조원)의 초대형 자동차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자동차 판매대수로는 지난해 기준 870만대로 GM을 뛰어넘는 세계 4위가 된다. 현재 자동차 판매량은 독일 폭스바겐이 선두를 달리고 있고, 이어 일본 토요타, 르노-닛산 연합이 뒤를 잇는다. GM(840만대)과 현대·기아차(740만대)는 각각 5·6위로 밀려나게 된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PSA가 820억달러, FCA에 1100억달러에 달한다. PSA는 푸조와 시트로앵, 오펠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FCA는 피아트, 크라이슬러, 지프 등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합병이나 부품·플랫폼·생산 등의 얼라이언스(공동체)는 향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기업들의 합병설은 오래된 이슈로 그 배경은 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배기가스 배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며 “자동차 기업들의 합종연횡은 합병 등 다양한 형태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