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나마 민간 부문이 부진해 정부 재정 등이 경제를 끌고 가는 '절름발이 성장'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생산가능인구 급감,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구조적 요인이 겹치면 2%대 성장률 시대가 조기 종료돼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30일 발간한 '2020년 경제·금융 및 금융산업, 일반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이런 전망을 내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8%에 머물고, 투자·수출 회복 지연과 민간소비 둔화로 내년에는 1.9%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가 무역전쟁 장기화,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성장을 기록하고, 국내도 민간부문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정부 부문에 의존하는 '절름발이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생산가능인구 급감과 투자 부진 장기화,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이로 인한 글로벌 분업체제(GVC) 약화 등 구조적 요인이 더해지게 되면 '성장률 2%대 시대'가 조기 종료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조업의 구조적 회복도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 조선,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경기 사이클은 하향에서 상향으로 전환되겠지만 대부분 업종은 회복국면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본격적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중국 경기 부진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의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시킬 것으로 평가했다.
반도체는 공급과잉 상황이 점차 마무리되면서 소폭 증가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수급균형 불안정은 내년에도 여전히 가시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반도체는 올해 가격 조정이 마무리돼 내년에는 실적이 개선되겠지만 아직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아 잠재적 리스크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주요 13개 산업의 2020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약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17년, 2018년 영업이익 규모의 68%에 불과해 기저효과에 의한 수치임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12개 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7~8%에 불과하고 도소매, 석유화학, 휴대폰, 철강 등 대부분의 산업은 영업이익 바닥권을 겨우 벗어나는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반도체가 전체 영업이익 규모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13개 산업의 내년 영업이익이 20% 증가하더라도 이는 산업 전체의 회복이라기보다 여전히 반도체에 의한 착시현상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