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대학원생 절반이 연구활동 외에 '연구실 행정' 처리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주중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연구실에 머물고 상당 비중 대학원생이 입학 결정을 재고하고 싶어 하는 등 전반적으로 국내 학위과정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30일 이공계 대학원생 처우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기자문회의는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8일까지 20일간 국내 이공계 석박사 과정 전일제 대학원생 133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교육·연구' '업무·처우' '소통·참여' '진로·취업' 등 부문별로 학위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고충과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연구활동 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항목으로 응답자 49%가 '연구실 행정'을 꼽았다. '연구실 실험장비 관리'(32%), '학과·학회 등의 행정 및 행사 준비'(24%) 등이 뒤를 이었다. 가욋일의 업무량이 '많은 편'이라는 응답이 40%, 적은편이라는 응답은 22%였다. 보통은 38%다.
주말 휴무, 공식 휴가일수 등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무했다. 응답자 62%가 주중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연구실에 머물며, 휴일 출근이 강제되는 경우(16%)나 공식적인 휴가가 없는 경우(29%)도 있었다. 급여는 월평균 '100만원 이상 125만원 미만'을 지원받는 경우가 18%로 가장 많았다.
논문·연구와 관련해선 지도교수로부터 논문〃연구 지도를 '주 1회 이상' 받는다는 응답자가 64%, '월 1~2회 정도'라는 응답은 26%였으며, 10%는 '거의 없다'고 응답했다.
지도교수로부터 필요한 연구지도를 충분히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51%,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6%였다.
지도교수로부터 발표 방법, 논문 작성 등 연구자로서 필요한 기초능력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31%에 불과했다. 연구실 선배(38%), 인터넷 정보(16%) 등 다른 경로를 통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기구, 재료, 실험공간 등 연구시설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는 응답이 61%로 나타났지만 수업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37%,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한 경우는 27%였다.
학교 내에 졸업 현황 및 진로 정보를 상담할 수 있는 곳이 '없다'(34%)거나 '모르겠다'(40%)고 응답한 경우도 많았다.
이런 결과는 대학원 입학 결정에 대한 재고로 이어졌다. 대학원 입학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현재의 학과·대학·연구실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37%, 유학·취업을 모색하겠다는 응답도 각각 20%였다.
과기자문회의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달 14일 서울 연세대, 23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현장 의견수렴을 위한 타운홀 미팅을 개최한다. 이를 통해 '이공계 대학원생 처우개선안'을 마련해 자문안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염한웅 과기자문회의 부의장은 “이공계 대학원생은 미래 과학기술 역량을 좌우할 핵심 축으로 성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