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소프트웨어 전문가 2,000명을 통해 본, AI 시대의 인재는 누구인가
IT 기술의 발전으로 시대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도 어제와 딴판으로 바뀌고 있다. 교육계는 물론 사회의 각 부분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 그러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참이다.
정부 주도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입시 등 교육 전반의 시스템에 큰 변화가 없다면,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와중에도 우리의 많은 젊은이들이 여전히 도서관과 학원에서 스펙 쌓기와 시험 준비에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수천 명의 소프트웨어 전문가와 인터뷰하고 교류하고, 이를 토대로 ‘포스트학벌 시대’,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로 다루고 있는 책이 출간되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문과 출신으로 20여 년 동안 IT 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소영 이사는 최근에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를 출간하였다. 이소영 이사를 만나 ‘이 시대의 인재, 그리고 인재가 되는 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자기소개부탁드립니다.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습니다, IMF 시절에 대학을 졸업하게 되어 취직할 곳이 마땅치 않아 대학 선배, 친구와 인터넷 벤처 회사를 설립하여 처음 IT 업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때 월 50만원을 받으며 맨땅에 헤딩하며 3년을 버텼지만 닷컴 버블이 사그라지며 회사는 망해버렸습니다.
이후 다른 인터넷 기업인 네오위즈를 거쳐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한 후, 15년 동안 다양한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현재는 아시아 전 지역을 커버하는 리전 메니저로 기술 인플루언서들, 커뮤니티 리더들을 관리하는 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수백명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수천명의 전문가들의 이력을 세세히 조사할 수 있었습니다.
-책에 보면 ‘8년간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인플루언서 팀에서 일하면서 2,000여 명의 커뮤니티 리더들과 인터뷰하고 교류했다’라고 돼있는데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맡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마이크로소프트는 25년간 외부 기술 전문가 중 커뮤니티 리더십이 탁월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의 일종인 MV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러 IT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 기술을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누고, 기술 공동체가 성장하도록 헌신하는 사람에게 주는 상이예요.
제가 하는 일은 이런 커뮤니티 리더들을 찾아내고, 마이크로소프트 MVP에 대해 알려주어 그들이 MVP가 되도록 돕고, 또한 이들이 더 훌륭한 커뮤니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일을 합니다.
처음엔 한국의 MVP만을 담당하다 호주와 뉴질랜드, 2년 뒤엔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 전체, 지금은 Asia Time Zone, 즉 인도부터 중국, 일본에까지 이르는 아시아 전 지역을 관장하는 리저널 매니저(regional manager)를 맡고 있구요.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부지런히 IT 전문가를 찾아내어 마이크로소프트 MVP가 될 만한 자질이 있는지 살피고, 독려하며, 키워나가죠. 제가 MVP 팀으로 와서 살펴본 MVP 후보만 약 2,000명가량 되고, 그중 4분의 1인 500명 정도가 MVP가 되었구요. 거기서 다시 4분의 1 정도인 100여 명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이 되어 전 세계를 누비며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이 되지 않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 MVP는 IT 업계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책을 쓰게 된 동기 혹은 계기는 무엇입니까?
=제 주변만 해도 공부를 열심히 하고 대학을 어렵게 졸업하고도 원하는 곳에 취업이 되지 않아 고전하고 있는 조카들, 후배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직장에 잘 다니고 있는 동료들도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고요.
저또한 비정규직 프린랜서 예술가 남편과 초등학생, 중학생을 키우고 있는데 4차 산업 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미래에 제대로 대처하며 준비하고 있는지 늘 불안했구요. 그런데 제가 한국과 전 세계에서 만난 커뮤니티 리더들은 예외였습니다. 모두 힘들다고 아우성치는데 이들만은 무슨 외계에서 온 사람들처럼 사는게 즐겁다고 해요.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할 수 있어 무척 행복하다고 말하면서요.
그래서 일반인과 커뮤니티 리더 간에 왜 이런 큰 차이가 발생하는지 연구를 더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일어나는 수많은 시대적 변화와 앞으로 닥칠 미래, 그리고 이들의 특징과 커뮤니티에 대한 정의까지··· 물론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것은 가능한 많은 커뮤니티 리더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시작과 현재의 모습 그리고 미래까지,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담아내려 애쓰며 이 책을 써내려 갔습니다.
-책은 전 세계 커뮤니티 리더 2,000여 명을 인터뷰하고 이를 토대로 ‘포스트학벌 시대’의 인재상을 아주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데요,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는 누구입니까?
=이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시대는 어떤 모습일지 예측을 해보아야 합니다. 먼저, 앞으로는 정보나 지식이 매우 빠르게 생성되고 또 상실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손에 쥐고 있는 휴대폰만 봐도 얼마나 빨리 기술이 업그레이드되는지 알 수 있지요.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세계 최고의 IT 기업도 잠시 기술 트렌드를 놓치면 순식간에 뒤처질 정도로 변화 속도가 빠릅니다.
이런 시대에 과거의 관행대로 교과서를 무작정 암기하고 머릿속에 집어넣기만 하면 초‧중‧고 12년, 대학 4년, 총 16년을 죽자고 공부해서 사회에 나와도 막상 써먹을 지식이 없게 되죠. 그래서 취업을 위해 다시 공부해야 하는 악순환을 지금도 보고 있죠.
이렇게 정보와 지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지식을 배우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그것도 굉장히 빨리, 깊게, 수시로 배우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지요. 그런데, 현재 학교 시스템은 기본 개념이나 이론을 배우는 데는 적합하지만, 실무와 결합한 지식을 쌓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해 본 선생님이나 교수님이 매우 적기도 하고, 현재 교육의 방식이 배우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모든 것이 융합되고, 또 파괴됩니다. 최근에 벌어졌던 택시 업계와 카카오 차량 공유 서비스의 대립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IT 기술로 무장한 카카오 차량 공유 시스템은 미국에서는 우버, 동남아에서는 그랩으로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지요.
실시간 위치 추적 기술과 무선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차량 공유 시스템은 기존 택시 업계의 비즈니스 룰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게 된 택시 업계의 극심한 반발이 계속되고 있지요. 3차 산업에서는 정보 기술이, 4차 산업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이러한 산업 간 기술 간 융합을 주도합니다. 그로 인해 기존 질서는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생겨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즈니스 기회가 정해진 루트로 오지 않습니다. 취업 기회도 마찬가지지요. 공개 채용은 점점 사라지고, 필요한 인원을 필요한 때에 채용하는 방식이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이미 중소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스타트업은 이런 식의 채용이 일반적인데 최근 SK와 현대 자동차와 같은 대기업도 수시 채용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학조차 정시가 아닌 수시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고, 무엇인가 틀을 정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모든 것이 개별, 맞춤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융합과 파괴가 수시로 진행되는 사회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기회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필수입니다. 어떠한 기회가 어떤 사람, 어떤 네트워크에서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 미래에는 우리 모두 고독할 것입니다. 가족도 직장도 개념이 모두 바뀌고 있지요. 그런 변화의 기저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깔려 있습니다.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결혼하지 않지요. 혹은 결혼하더라도 40대, 50대가 되었을 때 어떤 수준으로 살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자녀를 낳는 것도 거부합니다.
기업도 미래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견실한 기업이 시대의 흐름을 잘 못 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지요. 그래서 비용과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신입 사원을 뽑지 않으려 합니다. 또한, 업황이 변화하여 직원을 구조 조정해야 할 때 비용과 부담이 많이 드는 정직원을 뽑지 않고 계약직 직원만 채용하려 하구요. 이렇다 보니 소속 없이 홀로 서야 하는 고독한 개인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독한 개인이 넘쳐나는 사회에서는 역설적으로 서로 연결하려는 욕구가 커집니다. 따라서 고독한 개인을 연결해 주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집니다. 고독한 개인을 연결하여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드는 사람이 새로운 리더로 주목받게 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이렇게 고독한 개인을 연결하는 ‘살롱’ 문화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성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트레바리라고 하는 유료 독서 모임의 열풍도 이러한 현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4차 산업시대의 특성 때문에 개인은 필요한 기술을 빨리, 깊게 배우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또한 인적 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만들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구요. 마찬가지로 고독한 개인이 넘쳐나는 미래 사회에서 이들을 연결하고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리더십이 꼭 필요합니다. 이 모든 능력은 커뮤니티 리더십을 갖출 때 확보되는 능력이며,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AI 시대의 인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리더에 대해 좀더 설명해주세요?
=커뮤니티 리더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커뮤니티에 대한 정의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커뮤니티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사람들의 집단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가 카페나 클럽같이 사람들이 모인 유무형적인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중학교 1학년 아들은 온갖 교통 정보를 수집하고 나누는데 빠져 있는데요, 이런 사람들을 교통덕후라고 부릅니다. 이런 교통덕후 모임은 주로 각자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서로이웃을 통해 소통하며 느슨한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지식인, 각종 온라인 포럼과 SNS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손쉽게 공동의 목표를 바탕으로 커뮤니티를 결성하지요.
커뮤니티 리더는 이렇게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집단을 이끄는 사람입니다.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리더 또한 자연스럽게 선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더 많이 봉사하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공부하여 더 다양한 지식을 나누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리더가 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커뮤니티 리더십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최대한 널리 알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내 의견이나 정보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능력입니다.
커뮤니티 리더는 당장의 눈앞의 이익이나 자신의 목표만을 위해 혼자 공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커뮤니티 리더는 커뮤니티가 다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함께 공부하고 지식을 나누는 사람이지요. 또한 커뮤니티 리더는 자신의 관심 분야를 각종 루트를 통해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크고 작은 콘퍼런스에 참여하기도 하고, 비슷한 지식을 갈구하는 사람을 모아 함께 공부하기도 하지요. 형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과 같이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상황에서 어떤 정보나 지식인들 찾아낼 수 없을까요?
커뮤니티 리더는 누군가 준비하여 전달하는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이 먼저 배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인성이 커나가고 또 지식도 제대로 깊게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커뮤니티 리더는 유‧무형으로, 단단하게 때로는 아주 느슨한 관계의 네트워크를 수시로 만듭니다. 이렇게 커뮤니티 리더가 되어 네트워크를 만들고 운영한 경험을 세계 최고의 기업들은 높이 삽니다. 현재와 미래 사회에 꼭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커뮤니티 리더십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에 사례로 등장하는 커뮤니티 리더가 많습니다. 그들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습니까?
=글로벌 시장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쟁터와 같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이 굳건한 시장 경쟁력과 거대한 자본을 가진 회사도 이러한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아 한순간에 위기를 맞았었지요. 하물며 일개 개인은 오죽할까요? 아무리 본인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큰 흐름을 읽고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이전의 영광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결국 살아남는 사람들, 제 책에 사례로 나온 성공적인 커뮤니티 리더들은 큰 흐름을 읽으려 노력하고 유연하게 자신을 변화시키며 대처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과 공동체의 성장을 위한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답이 정해져 있는 공부를 홀로 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합니다. 그것도 내가 먼저 열심히 배워서 남 주기 위한 공부를 봉사하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지속하지요. 이들의 이러한 자질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성장하는데 아주 큰 원동력이돼 왔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기업들은 이런 커뮤니티 리더들을 최선을 다해 자사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쉼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커뮤니티 리더가 있다면요?
=제가 책에서 수십명의 커뮤니티 리더 사례를 소개했고 모두 인상적이며 흥미진진한 인생 스토리, 성공담이 담겨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현재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공공부문 기술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김영욱 부장님이 가장 인상깊은 것 같습니다.
현재 김영욱 부장님은 어려운 기술도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는 능력과 특유의 재치로 각종 언론에서 IT 기술에 관한 인터뷰를 도맡아 하기로 유명해요. 또한 ‘War of IT’, ‘가장 빨리 만나는 챗봇 프로그래밍’이라는 테크 분야의 스테디셀러를 출간하는 등 쉼 없이 자신의 지식을 나누고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분이십니다.
하지만 그는 학창 시절에 750명 중 700등을 달리며 부산지역 불량배들과 어울리던 문제아였답니다. 심지어 중학교 때는 입학 가능한 고등학교가 없다는 통보도 받았고요. 겨우 입학한 부산전자공고, 동의과학전문대학에 다닐 때도 학업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이어갔는데 지금은 40대 중반에 글로벌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최신 기술을 전파하는 최고의 전문가가 돼 있거든요.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와 커뮤니티 리더십으로 지금까지 성장해 오는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해요. 책에서 상세히 다루고 또한 그의 커뮤니티 리더십 노하우도 세세히 기록해 두었습니다.
-책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탈환한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있는데요, 그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는 스티브 발머 회장 시절 10년과 사티야 나델라 회장 시절 5년을 모두 겪었습니다. 특히나 본사에 소속된 팀이라 그 변화를 훨씬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구요. 잘 아시다 시피 명문 하버드 출신의 스티브 발머 회장이 이끌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십 수년간 끊임없이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이름 없는 인도의 대학을 나오고 마찬가지로 명문대로 보기 힘든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 유학한 인도 출신 사티야 나델라가 회장이 되자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추락을 거듭하며 시장에서 잊혀 가던 마이크로소프트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들더니 시가총액 1위를 재탈환하기까지 만들었거든요. 저는 이 두 회장의 시절을 모두 겪으면서 기업의 성공을 위해 소통, 공감, 개방성 그리고 나눔이라는 문화와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티야 회장님은 부임하자마자 모든 직원에게 끊임없이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강조하셨어요. 성장 마인드셋이란 ‘사람의 지적 능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고 믿는 마음가짐’인데요, 이 성장 마인드셋으로 전 직원이 늘 공부하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인재를 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는데요, 공공감 능력을 갖춘 리더를 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공감 능력으로 성과를 높이는데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 모두에게 포용력과 다양성을 기를 것을 요구해요. 단지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 개개인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성과 지표에도 꼭 넣도록 하고 있어요.
그간 성과를 내기 위해 앞만 보며 달리던 직원들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장애인을 도울 수 있을지’, ‘성차별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등을 고민하게 되었지요. 사티아 나델라 회장이 생각하는 마이크로소프트에 필요한 인재는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고 믿는 사람이 아닙니다.
쉼 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은 물론, 한 발짝 나아가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사람이예요. 그러한 공감 능력을 갖추고 구성원이 다 같이 성장하도록 이끄는 사람이 인재인 것이지요. 바로 커뮤니티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지요.
사티아 나델라 회장은 또한 제품을 만드는 프로세스도 대폭 바꾸었습니다. 외부 피드백에 수시로 반응하며 제품을 만들도록 했어요. 그리고 이 두 가지 변화를 토대로 주력 제품도 바꾸었는데, 윈도우와 오피스 대신 클라우드 서비스(cloud service)인 애저(Azure)를 주력 제품으로 올려놓았습니다.
이 애저를 진두지휘하는 스캇 구스리도 16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유명한 IT 커뮤니티 리더예요. 특히 애저 담당 중역이 된 초반에 그는 자신이 즐기는 레드셔츠(Red Shirts)를 입고 전 세계 커뮤니티를 돌며 ‘레드 셔츠 투어’를 할 정도로 커뮤니티를 사랑하는 사람이지요. 그는 클라우드 기술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팀의 중역들과 함께 참석하여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바로 제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자신의 트위터, 오프라인 커뮤니티 모임, 심지어 전 세계 MVP들이 제품 담당자에게 피드백을 보내는 메일링 리스트도 직접 챙겨요.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 기업에서 핵심 제품을 담당하는 중역이 피드백 하나하나에 이렇게 정성을 들이니 그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직원들은 수시로 외부 환경을 살피고, 제품 출시도 그에 맞추어 실시간으로 진행해요. 그리고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다른 기업이 못한 경험을 내부에 축적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하죠. 또한, 더 많이 외부에서 듣고, 흐름을 파악하려 애쓰고, 변화를 위해 그동안 관행처럼 행하던 모든 것을 과감히 버립니다. 커뮤니티와 함께 정말 놀랍도록 빠르게 변화하고 혁신하는 모습으로 바뀐 것이 아주 중요한 비결이라 생각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커뮤니티 리더를 중요하게 여기고, 관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러한 세계 최고 IT 기업들은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기술을 가진 기업들입니다. 이들 기업은 제품을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외부 정보를 유기적으로 흡수하고 분석해야하고 실수요자로부터 수없이 많은 피드백을 받아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만든 소프트웨어라야만 출시 이후에 소비자에게 환영을 받을 수 있지요.
그렇다면 이들 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 유의미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열정이 높은 커뮤니티 리더들입니다. 세계 곳곳의 커뮤니티 리더가 제공하는 각종 피드백은 IT 기업이 더 나은 제품을 출시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따로 관리하는 첫 번째 이유가 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런 커뮤니티 리더가 다른 IT 기술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입니다. 커뮤니티 리더는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만의 사람을 유, 무형의 형태로 이끌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블로그의 글로, 어떤 이는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로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칩니다. 또한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사람들을 이끌기도 하고, 책이나 강연으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기도 하지요.
제품 제작 단계에서도 커뮤니티 리더의 의견이나 피드백이 매우 중요하지만, 제품을 만든 이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커뮤니티 리더가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거나 구매자의 이해를 돕는 등, 제품 출시 초기 단계부터 홍보에 도움을 준다면 향후 판매에 큰 도움이 되고 이것이 커뮤니티 리더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IT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인적 자원 확보를 위해서입니다. 지식정보 산업은 근본적으로 인적 자원 확보가 가장 중요하지요. 기술 숙련도가 높고, 정보 가공 능력이 뛰어나며, 다른 기술자와 협력하여 시장이 원하는 완성도 높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인적 자원이 필수입니다.
이런 이유로 세계 최고 IT 기업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각종 방식으로 인재를 발굴하지만 그 중 커뮤니티 리더를 육성하고 지원하여 향후 직원으로 영입하는 방식은 고전적인 방법이 되었을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IT 기업 뿐 아니라 세계 최대 공유 숙박 서비스인 에어비앤비, 공유 오피스 서비스인 위워크가 커뮤니티를 자신의 비즈니스 중심에 두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샤오미도 미펀이라는 커뮤니티로 승승장구하며 성장해 오고 있고요,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커뮤니티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고 건강한 커뮤니티와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몸담은 곳은 IT 업계이지만, 커뮤니티 공부, 커뮤니티 리더십은 어느 분야에서나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지식은 현장과 융합될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예컨대, 역사 공부도 책으로만 유물을 살펴보고 역사적인 장소를 머리로 기억하는 것과 실제 눈으로 보고 발로 밟아 보는 것은 큰 차이가 나지요. 또 과거 현인들의 지혜도 단지 아는 것에서 나아가 현실의 문제에 직접 적용해 볼 때 비로소 의미가 생깁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학문은 현실 세계에서 숨 쉬며 변화해 나갑니다. 활자로만 배울 것이 아니라 그 학문에,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고 토론하고 현실에 적용해 볼 때 진짜 살아 있는 공부가 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커뮤니티 공부가 많은 분야에 적용될 수 있고,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같은 공부도 커뮤니티 리더십을 발휘하며 커뮤니티에서 하면 의도하던 하지 않던 여러가지 장점을 가집니다. 우선 자신도 모르게 사람 공부가 됩니다. 커뮤니티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또 도움을 주면서, 때로는 사람들 간의 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 관한 공부가 자연스럽게 되거든요.
다시 말해 인성을 연마하는 훈련을 할 수 있는 것인데요, 이런 인성은 현재도 미래에도 정말 중요한 인재의 본질적인 자질인데 이런 자질 없이 사회에서 성공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입니다.
또한 커뮤니티에서 서로 가르치며 배우는 공부는 가장 효율성이 높은 공부 방법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연구하여 발표한 학습 피라미드 이론에서 남 가르치기는 수업을 들으며 공부하는 것에 비해 무려 45배나 높은 기억률을 보였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주제를 정해 회원들이 다른 회원들에게 자신이 가진 지식을 서로 가르치며 공부합니다. 각자 가진 지식을 나눠주기 위해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공부하고 또 설명하고 질문하면서 뇌의 지식화학작용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지요.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공부법입니다.
커뮤니티 공부의 또 다른 장점은 함께 공부하고 나누면서 본인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커뮤니티에서 공부한 내용은 내 것이 아닌 우리 것이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어요. 심지어 더 많이, 더 잘 알려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지요.
인터넷의 파급력과 소셜미디어 덕분에 잘 만들어진 콘텐츠는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런 콘텐츠를 만든 사람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고요. 함께 공부하고 나누었을 뿐인데 그 분야의 고수로 많은 사람이 알아봐 주기까지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 공부의 장점은 강력한 네트워크의 힘입니다. 많은 사람이 인맥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하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연, 지연으로 네트워크를 만들려 하지만 이는 과거에나 통했던 방법으로 요즈음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때 부담 없이 인맥을 넓힐 방법이 커뮤니티 활동입니다. 커뮤니티에는 학생 뿐 아니라 실제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진 혹은 경영진 등, 새로운 정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모여 있습니다. 또한 커뮤니티는 공통 관심사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공부하려는 순수한 목적으로 모이기 때문에 모임이 오랫동안 유지가 됩니다. 그러므로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사람들과 인연을 쌓고 오랫동안 가치를 발휘하는 네트워크를 만들기 쉽습니다.
이렇게 강력한 커뮤니티 공부와 커뮤니티 리더십의 힘 덕분에 IT 업계가 더욱 승승장구하며 현재와 미래를 빠르게 혁신하고 있습니다. 세계 시가총액 10위권의 회사 중 7개가 IT 회사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힘이 다른 업계에도, 그리고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도 퍼져나가 공동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진정한 의미의 인재가 많이 배출되길 기원합니다.
-커뮤니티 공부 입문자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수많은 성공적인 커뮤니티 리더의 사례를 살펴보며 커뮤니티 공부 입문자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커뮤니티 리더십 로드맵을 만들어 책에 소개했는데요, 커뮤니티 공부는 우리에게 오랫동안 익숙한 학제에 따른 공부가 아닙니다.
초등학교 → 중학교 → 고등학교 → 대학교 → 대학원(석‧박사 코스)과 같이 누군가가 정해 놓은 코스를 따라가는 공부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커뮤니티 공부는 누군가 잡아 놓은 코스나 틀이 없습니다. 커뮤니티 공부의 시작은 바로 자신입니다. 그 무엇도 아닌 나의 흥미, 의지, 목표에서 시작하는 공부죠. 왜냐하면 내가 흥미 있어 하고 좋아서 하는 공부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오래 할 수 있거든요.
제가 만나 본 커뮤니티 리더들은 다들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온 목표 의식이 뚜렷했습니다. 입시를 위해, 다른 사람과 경쟁하기 위해, 혹은 부모님의 등쌀에 못 이겨서 한 공부와 자신의 의지로 한 공부는 성취감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관심 가는 분야가 생기고 더 공부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면 이제 거기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야 합니다. 즉, 내가 먼저 배워 다른 사람과 나누겠다는 마음 한 자락을 더하는 것입니다.
‘코딩을 배워 내 아이도 가르치고, 코딩을 배우고 싶어 하는 다른 사람과도 나누어야지’,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이왕 공부하는 거, 이 분야의 지식이 필요한 동료들과 나누는 건 어떨까, 점심시간을 이용해 스터디 그룹을 하나 만들어 볼까?’ ‘내가 공부한 내용을 잘 정리해서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려봐야겠어. 혹시 모르잖아, 이런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이렇게 선한 목표를 세우면 내 공부에 큰 영향을 줄 좋은 네트워크를 만들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만드는 긍정 에너지로 내가 생각하지 못한 더 높은 목표가 생겨나기도 하구요. 이렇게 시작을 바르게 하고 책에서 소개한 로드맵을 따라 조금씩 습관으로 만드는 노력을 한다면 누구나 성공적인 커뮤니티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도 스펙 쌓기에 올인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이 안타깝지만 현실입니다.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돈을 버는 것, 자기 앞가림을 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지요. 아마도 이렇게 젊은이들이 열심히 스펙을 쌓고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도 좋은 곳에 취직하여 돈을 벌어 자기 앞가림을 하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오랜 기간 시험공부만 한 사람은 자신이 무슨 재능이 있는지, 그 재능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남들도 쌓을 수 있는 고만고만한 스펙을 열심히 쌓지만, 막상 다른 사람과 차별화할 방법을 모릅니다. 요즘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공무원 시험이나 각종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해요. 하지만 당장 생계를 책임져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는 ‘생계’가 아닌 ‘흥미’를 기준으로 커뮤니티 공부를 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흥미가 생겨 공부하는 것은 특정 시기와 상황이 아니면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흥미를 쫒아 공부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인생의 후반기로 갈수록 그 깊이와 넓이에서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의 흥미를 쫓아 커뮤니티 공부를 지속해 나가면 그 누구와도 차별되는 ‘자기 스토리’를 만들 수 있고, 앞에서 살펴본 미래 인재의 필수 자질을 쌓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개개인이 가진 스토리의 힘은 점점 더 중요해질 거예요. 당장 취업 인터뷰만 하더라도 옆에 있는 고만고만한 경쟁자들과 무엇이 다른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앞으로 경쟁해야 할 상대가 인간은 물론 AI, 스마트한 로봇 등이라는 것이지요. 시험 성적, 수학, 영어 혹은 상식,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 등으로는 AI나 스마트한 로봇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이들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내가 태어나 지금 이 시각까지 살아온 이야기, 즉 자신의 스토리지요. 그 스토리가 다른 사람과 차별돼야 함은 물론입니다. 자신의 흥미를 따라 커뮤니티 공부를 한 내용을 이력서에도 넣고 자기소개 시간에도 이야기하길 바랍니다. 다만, 자신의 이야기를 면접관이 듣고 싶어 하는, 즉 해당 회사나 조직에서 필요한 역량으로 각색하는 기술은 필요하겠지요.
그렇다면 생계를 걱정해야 할 시점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길 원하며 홀로 각종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목매다는 청년이 많습니다. 물론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자신이 시험 하나만은 자신 있거나, 공직 사회에 뼈를 묻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혹은 붙을 때까지 몇 년이고 시험공부만 해도 재정에 큰 문제가 없다면 그렇게 해도 되고요. 심지어 내일 불의의 사고로 이 세상과 하직해도 시험 준비만 한 것이 억울하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 해도 됩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도 벌고 싶다면, 혹은 돈도 벌면서 내가 꼭 익히고 싶은 여러 가지 기술과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면, 당장 도서관에서 뛰쳐나와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실질적인 경험과 실력을 쌓는데 매진해야 합니다.
아르바이트도 단순히 돈을 버는 기준으로 해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도 대학생 때 학비와 생활비에 보태려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과외나 혹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습니다.
뭔가 사회에서도 필요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학 영자 신문사에 기자 생활을 하며 학비를 벌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넷 벤처에서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영자 신문사에서는 영어로 글쓰기 및 온갖 사회생활의 기초를 닦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 벤처에서는 IT 업계에 입문할 수 있는 실력과 경력을 닦을 수 있었습니다. 그 모든 경험은 제가 지금 이자리에 있도록 도와준 아주 중요한 경험이자 실력의 원천이 됐습니다.
조금 힘들고 돌아가더라도 남들이 가지 않는 나만의 길을 찾아내는데 집중하는데 에너지를 쓰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과정에서 큰 사람이 될 수 있는 넓은 그릇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지요. 책에서 이런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커뮤니티 리더를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무엇인줄 아시나요? 바로 ‘재미’와 ‘행복’, 그리고 ‘배움’입니다. 재미있고 행복한 배움을 계속하다 보면 성공이라는 열매가 열립니다. 그 열매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다는 것을 모든 분들이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려면 어떻게 커뮤니티 리더십을 활용해야 할까요?
=산업화 초기에는 성실하게 훈련된 인력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이 시대에는 엘리트 그룹이 해외 사례를 잘 벤치 마크하여 정확한 미션과 그에 따른 매뉴얼만 제공하면 별문제가 없던 시대였지요. 따라서 매뉴얼을 완벽히 이해하고 주어진 미션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평생직장이 보장됐습니다.
그래서 그 능력을 기르는 현행 교육 제도와 시험 제도가 탄생되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고 게다가 앞으로 그 속도는 더욱더 빨라질 것입니다. 이제는 각자 생각하고 역할별로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이런 변화를 잘 알고 빠르게 대처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니 현행 교육 제도에 특화되어 뽑힌 명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들도 과거에 중요했던 명문대라는 환상과 틀에 맞춰 어린 자녀들을 훈련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는 더욱더 시장이 점점 더 개별화, 맞춤화되어 예전과 같은 대규모의 일자리가 생겨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수없이 다양한 직업과 일자리가 생기므로 아이들을 천편일률적인 공부의 틀에 가둘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학교 생활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공교육은 모든 과목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아이들이 사회인으로써의 기본 소양을 키울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교육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학생 스스로 예습, 복습하고 학교 수업에 집중해야 합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도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해가며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아닌 본인 스스로의 성장에 집중해야 합니다.
또한 학교에서는 공부만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또래들과 관계를 맺으며 사회생활을 미리 배웁니다. 요즈음은 조별 토론 활동, 동아리 활동도 많이 합니다. 모두 커뮤니티 리더십을 키우기 위한 좋은 공부죠. 이러한 기본적인 소양을 학교에서 쌓고 나머지 시간은 자신의 개성과 고유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도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어려도 커뮤니티 공부는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책에서도 소개한 다양한 커뮤니티 공부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를 보면 결국 주변 어른들이 훌륭한 커뮤니티 리더십을 갖추고 있었고, 이들은 그 커뮤니티 리더십의 수혜를 많이 받고 자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동네 어른들은 대부분 차고에서 이런 저런 전자 기계들을 활용하여 무언가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각자의 지식을 나누는 훌륭한 커뮤니티 리더들이었거든요. 그 과정에 스티브 잡스, 워즈니악과 같은 악동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여 공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빌게이츠의 어머니도 지금까지도 지역 커뮤니티에 열성적으로 활동합니다. 그런 어머니의 커뮤니티 리더십을 토대로 당시 전 세계에 몇 대 없던 컴퓨터를 학교에 기증할 수 있었고, 그 수혜를 빌게이츠가 고스란히 받았지요. 자신의 자녀를 잘 키우는 것 만큼이나 건강한 사회를 물려주고 커뮤니티 리더십으로 사회에 공헌하는데 노력하는 부모님들이 많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분명 밝을 것입니다.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이소영 지음, 더메이커 펴냄. 300쪽/1만5800원.
전자신문인터넷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