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병 치료하는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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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 게임 플레이 스크린샷

게임과 의료를 결합한 디지털 치료제(DTx) 시대가 열리고 있다. 게임이 가진 재미요소에 임상을 결합해 효과를 입증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가진 게임과 정보기술(IT), 의료가 결합한 신시장으로 주목받는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게임 DTx를 심사하고 있다. 허가를 받게 된다면 게임으로서 처음으로 DTx 인정 사례다.

디지털 치료제란 앱, 게임, 가상현실(VR) 형태를 가진 고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기반해 엄격한 치료효과 검증과 규제기관 인허가를 거쳐 의학적 치료를 제공하는 제품이다. 1세대 치료제 합성화합물, 2세대 치료제 생물제제(항체, 단백질, 세포)에 이은 제3세대 치료제로 분류된다.

미국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아칼리인터렉티브랩 'EVO'는 소아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치료제다. 아칼리인터렉티브랩은 퓨어테크헬스가 분사한 회사다. 퓨어테크헬스는 저분자화합물 알약과 함께 게임을 신약 후보 물질로 올렸다.

EVO는 캘리포니아주립대학샌프란시스코(UCSF) 논문을 기반으로 한다. UCSF는 '뉴로레이서'라는 게임으로 인지능력 향상을 이끌어냈다. 한 손으로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동시에 다른 한손으로 화면 중간에 무작위로 튀어나오는 물체를 인식하는 게임이다.

아직 인허가 과정에 있어 EVO 게임 플레이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개된 스크린샷을 보면 뉴로레이서처럼 캐릭터를 조종하는 동시에 다른 특정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일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결과 20명에게 5일동안, 25분씩 4주간 EVO를 하게 했더니 주의력 향상 결과를 보였다. 7명은 큰 개선을 보여 ADHD 범주에 들지 않게 됐다. 효과는 사용 후 최소 9개월 동안 유지됐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최근 뉴냅스 '뉴냅비전' 임상을 Dtx로는 처음 승인했다. 시야장애 개선을 위한 VR 게임 형식 DTx다. 시야장애는 시야가 좁아지는 뇌 질환이다. 국내에서 매년 20만여 환자가 발생하며 뇌졸중 환자 중 20%가 겪는다. 현재까지 치료법이 없었으나 게임과 결합한 DTx로 돌파구를 마련한다. 뉴냅스는 2020년 상반기까지 임상을 마치고 데이터 분석 작업을 거처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게임이 DTx로 주목받는 건 기능성 게임과 궤를 같이한다. 특정한 규칙을 만들어 갈등을 해결하면서 정량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치료와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기능성 게임이 재미 요소와 게임 사고에 무게를 둔다면 DTx는 명확한 임상 치료 데이터에 집중한다. DTx는 의사 처방이 있어야 한다.

초기단계 시장이라 게임이 새로운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많다. DTx는 2017년 9월 FDA허가를 받은 페어테라퓨틱스사 약물중독 치료앱 '리셋'이 최초다. 작년 11월 시장에 출시됐다. 이외 동사 아편중독치료앱 '리셋오', 오츠카제약과 프로테우스 디지털헬스가 개발한 조현병 치료 디지털앱 '아빌리파이 마이사에트 시스템' 정도만이 승인을 얻었다.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든 신시장인 셈이다.

향후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결합하면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의료진이 게임을 처방하고 환자가 게임을 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개인 요구에 맞춘 치료를 제공하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강동화 서울 아산병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IT와 게임이 강한 나라이며 의료 또한 앞서있다”며 “의료와 IT, 게임 분야가 결합된다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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