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공장 폐쇄로 가동을 멈춘 군산의 자동차 공장이 전기차 생산 라인으로 탈바꿈한다. 산업계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는 2022년까지 4122억원을 투입, 전기차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이에 따른 직접 고용 일자리만 1900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의 여섯 번째 지역 상생형 일자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전북도와 군산시 주최로 열린 '전북 군산형일자리 상생협약식'에 참석해 “군산형 일자리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전기차' 시대 주인공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군산형 일자리 협약식은 '군산, 새로운 도약!'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기차 업체 명신의 군산공장에서 진행됐다. 이 장소는 과거 한국지엠 공장 내 프레스 공장으로, 자동차 생산을 위한 첫 번째 작업 공정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군산에 중견벤처 중심의 전기차 클러스터가 조성되면서 미래차 저변이 확충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기차 분야 신규 투자 기업과 지역 기업, 군산시 노·사·민·정 대표, 지역 주민, 학생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지역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산시에서 또 하나의 상생형 지역일자리 프로젝트가 탄생한 점을 축하하는 한편 노·사·민·정 합의를 끌어낸 전북도민과 군산시민, 투자 기업 노·사 대표, 민주노총을 포함한 양대 노총 관계자들의 노고를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역의 신산업 육성 의지, 노·사·민·정의 대타협, 정부 지원이 더해져 군산은 전기차 메카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희망적인 것은 '상생' 수준이 최고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군산은 지역 상생형 일자리 가운데 직접 고용 규모가 1900여명으로 가장 많다. 정규직 채용 비중이 높고, 직무와 성과 중심의 선진형 임금 체계를 도입했다. '상생협약'의 새로운 기준도 제시했다. 완성차-부품업체 관계가 '수평적 협력 관계'를 명시하고 기준 임금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지역 공동 교섭'을 전국 최초로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노사가 5년 동안 중재위원회의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해 '노사 협력'의 모범도 보여 주고 있다”면서 “지역 양대 노총이 함께 참여해 양보를 통한 상생의 역량을 보여 준 덕분”이라고 치하했다.
군산형 일자리는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역지부가 논의 초기부터 기업 유치, 완성도 높은 상생협약 마련 등 전 과정에 참여해 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이 참여한 최초의 상생형 지역 일자리다.
그러나 이날 민주노총 중앙본부는 지역지부 의견과 달리 정부의 군산형 일자리 추진 중단을 요구하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군산형 일자리가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훼손하고, 노동자의 임금 하락 등 노동 조건이 전면 후퇴한다는 이유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상생협의회'가 구성한 별도 기구는 기업·직종별 임금 구간과 인상률을 결정해 통보하고, 노사 이견이 발생하면 강제조정도 가능하다”며 “5년이라는 시한은 뒀으나, 이는 헌법 33조 1항에 명시한 노동자의 자주적인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 제한으로, 상생협의회가 헌법을 넘어선 초법적 기구가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