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광고, 사용료 수익이 발생한 장소를 고정사업장으로 간주, 법인세를 물리면 스텝 꼬인 디지털세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한성수 법무법인 양재 변호사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다국적 디지털기업 대상 법인세 부과 방안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고정사업장 범위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OECD 모델 규정은 서버가 있는 곳을 고정사업장으로 판단, 법인세를 부과하도록 한다. 전자적 서비스를 통해 광고, 사용료 수익이 발생하는 장소도 고정사업장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한 변호사 주장이다.
관계사 간 특허권 이전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다국적 디지털기업이 가장 많이 쓰는 절세 수법은 저세율 국가에 관계사를 설립, 특허권을 이전하는 것”이라면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연구개발(R&D)이 이뤄진 지역에 특허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다국적 디지털기업은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얻은 이익을 특허 사용료 명목으로 세율이 낮은 국가로 넘겨 절세한다는 의심을 받는다.
OECD가 해법을 찾고 있다. 회원국 합의를 끌어내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초 OECD는 다국적 디지털기업 해외 사업장별 마케팅 무형자산을 모두 합친 뒤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이익분할법을 제시했다. R&D를 제외한 기업이 정상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뜻하는 마케팅 무형자산을 구해야 하는데 계산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에는 새로운 대안을 선보였다. 해외 사업장별 전체 소득을 집계한 후 지역별 매출 크기에 따라 과세표준을 정하는 방안이다.
한 변호사는 “현재 과세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새 내용을 조금만 추가하면 해결책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며 “실무상 활용이 어려운 방식이 적용되면 회계법인 일감만 늘려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필요성도 제언했다. 대상은 특수관계 법인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이전가격이다.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정상가격과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다. 현재는 특수관계 법인과 해당 국가 과세당국이 유사 거래를 기준으로 협상, 이전가격을 결정한다. 한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고 봤다.
그는 “기업과 과세당국이 각자 기준으로 일대일 협상하는 지금 구조로는 합리적 결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AI 기반 표준화된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 변호사는 국세청에서 국제전문관으로 근무했다. 한·미조세조약 개정작업 실무자회담 한국 대표단으로도 활동했다. 국세공무원 교육원 겸임교수를 거쳐 삼일회계법인, 한영회계법인에서 이전가격 담당 임원을 지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