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가 특정 연산 능력에서 슈퍼컴퓨터를 뛰어넘었다는 구글 주장을 담은 논문이 네이처에 게재됐다. 양자컴퓨터 실용성을 입증한 것으로, 향후 양자컴퓨터 기술개발 경쟁에 중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구글 인공지능퀀텀팀을 이끄는 존 마르티니스 미국 UC샌타바바라대 교수 등이 기고한 '양자우위 달성' 논문이 23일(현지시간)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구글은 논문에서 “현존 최고 슈퍼컴퓨터로 1만년 소요되는 연산을 양자컴퓨터로 200초(3분 20초)만에 해결했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구글은 실험에 초전도 소자 방식을 활용한 52큐빗의 시커모어 양자컴퓨터 칩을 사용, 이를 통해 난수 증명 알고리즘을 수행했다. 시커모어 칩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해 양자화학, 양자물리 등에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앞서 지난 9월 논문이 미국항공우주국 홈페이지에 일시 게시됐다 삭제된 이후 과학계와 공학계에서 구글 주장 진위 논란이 일었다. 네이처에 게재돼 최소한의 공신력은 인정받게 됐다. IBM 등은 구글이 슈퍼컴퓨터 성능을 지나치게 낮게 잡았으며, 슈퍼컴퓨터를 최적화하면 2.5일이면 해결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반박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가 특정 계산 문제에서 슈퍼컴퓨터를 능가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2.5일을 200초로 단축한 것만도 큰 진보이기 때문이다.
특정 계산 문제에서만 뛰어난 실력을 보인다는 비판도 양자컴퓨터에 흠집을 내기는 어려워보인다. '쇼어 알고리즘'처럼 소인수분해에 특화한 알고리즘만 현실화해도 현존 암호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어서다.
전문가는 양자컴퓨터 상용화까지 10여년이 남았지만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보안 체계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통신을 도청해 보관한 뒤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암호를 해독해 열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