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초고속인터넷 보편적역무 진통 왜? '손실보전율' 사업자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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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초고속인터넷 보편적 역무 제공 두 달여를 앞두고 사업자 선정을 위한 막바지 협상이 한창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월까지 지원 사업자가 없으면 지정을 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논의가 지속되면서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전국 커버리지를 감안한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KT가 초고속인터넷 보편적 역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경쟁사 주장과,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완전경쟁 시장에서 반드시 KT가 담당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KT 주장이 맞서고 있다.

최대 이슈는 손실보전율이다. 손실보전율이 확정돼야 고시가 완성되고 제공사업자도 결정될 전망이다. 손실보전율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사업자간 희비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손실보전율 '50%' 두고 의견차

손실은 역무 제공에 필요한 비용에서 수익(간접편익 포함)을 제외한 금액이다. 보편적 역무의 경우, 발생한 손실 중 일정 비율(손실보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출액 300억원 이상인 전기통신사업자가 매출에 비례해 보전해준다.

시내전화, 공중전화, 도서통신 보편적 역무 제공에 따른 손실보전율은 90%, 선박무선 손실보전율은 100%다. 시내전화는 전국 143개 통화권역 중 5.6%인 8개 '만성적 순손실권역(PNLA: Potential Net Loss Area)'에 대해서만 손실 90%를 보전해준다.

초고속인터넷 보편적 역무에 따른 손실보전율은 50%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50%에 무게를 두고 있고 SK브로드밴드는 50%로 하되 2~3년 후 조정을, LG유플러스는 이보다 낮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KT는 어떤 사업자가 담당을 하더라도 50% 손실보전율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중전화 등에 못지않게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공 사업자가 공평하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실제 발생 손실을 충분히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법상 보편적 역무 제공 사업자도 손실보전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50%라고 하더라도 실제 보전 비율은 50%가 안 된다며 손실보전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가분석·편익 예측 쉽지 않아

손실보전율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는 원가, 그리고 편익이다. 원가가 낮거나 편익이 크면 손실이 작기 때문에 손실보전율도 낮추게 된다. 원가가 높고 편익이 적으면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어 손실보전율도 높여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초고속인터넷 보편적 역무 주요 대상인 도서지역의 경우, 초고속인터넷 1회선당 연간 원가(구축·운용비 등)를 20만~30만원으로 보고 있다. 장기증분원가(LRIC) 방식으로 계산한 결과다. 가입자당 월 2만~3만원 수준인 초고속인터넷 수익으로 연간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반면에 KT는 도서지역은 도심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회선당 40만~50만원이 소요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가입자를 유치할수록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편익의 경우, 88만 초고속인터넷 미가입 가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IPTV 결합상품 등 부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점차 편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신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신규 가입자가 결합상품에 가입할 지 역시 예측이 쉽지 않다.

◇제공사업자 손실 최소화해야

과기정통부는 손실보전율이 정해지는 대로 고시를 확정하고 제공사업자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이 경우에도 신청 사업자가 없다면 임의로 지정할 수밖에 없다.

고시에는 보편적 역무로 제공할 초고속인터넷 속도와 대상(제공권역), 제공방식, 손실보전율과 손실보전금 산정 방식 등이 명기된다. 속도는 최대 100Mbps가 목표로 미국(평균 10Mbps)이나 영국(최대 10Mbps)보다 빠른 속도로 제공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논의가 마무리 단계로 조만간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가 제공사업자 신청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들은 초고속인터넷 보편적 역무는 당연히 KT가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KT는 “고시의 제공권역, 속도, 손실보전율 등 내용을 확인하고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고속인터넷 보편적 역무 제공 사업자는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 보급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보편적 사업자라는 자부심과 브랜드 이미지 향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손익을 간과할 수 없는 만큼 제공 사업자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 결정이 요구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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