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친서 외교', 양국 관계 돌파구 마련 계기될 지 주목

일왕 즉위식 참석차 방일하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다. 대표적 '지일파'인 이낙연 총리의 메신저 역할을 통해 한일 정상회담 개최 등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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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

이낙연 총리는 22~24일 방일 기간 중 마지막 날 아베 총리와 단독 회담할 예정이다. 22일에는 일왕 즉위식, 23일에는 아베 총리 주최 연회에 참석한다.

이 총리의 방일 기간 가장 주목되는 것은 문 대통령의 친서 내용이다. 친서 내용에 따라 한일 관계 개선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일갈등의 핵심인 일본 강점기 강제징용 배상문제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미래지향적 메시지와 함께,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한일정상회담 개최 희망 의사 등이 담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9일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다음 달 아세안(ASEAN)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소식을 전하면서 우리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되는 11월 23일 전에 두 정상간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회복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양국 정상이 회담을 가진 것은 지난해 유엔총회 때 이뤄진 정상회담이 마지막이다. 이후 1년 넘도록 회담이 성사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올해 7월 반도체 핵심·부품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시행한 이후 우리 측이 한일정상회담을 제안한 바 있지만 일본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아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7월 2차례 특사를 파견했고, 8월 15일 광복절 당일에도 고위 당국자를 일본에 파견했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총리의 일왕 즉위식 참석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총리급의 특사 파견으로 그간 얼어붙은 양국 간 관계에 진전 있는 협의를 이끌어 낼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자신의 일본 주요 인사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도쿄 특파원, 국회 한일의원연맹 수석부회장 등을 지냈다.

이 총리는 방일 기간 중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 등을 잇달아 만난다.

이 총리의 일본 순방계기 경제 행보도 주목된다. 현지 동포와 함께 기업인들을 만나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한 애로사항 등을 경청하고 우리 기업을 돕기 위해 지원책도 구상한다. 일본 기업인들도 만난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 회장인 나카니시 히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일한경제협회 회장인 사사키 미키오 미쓰비시상사 특별고문 등을 만나 한일 경제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앞서 일본 현지 사정에 밝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지난 18일 비공개로 만난 것도 양국 간 경제 협력 부분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한 차원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