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까지 확장한 '온라인 탑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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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계 대표적 온라인 탑골공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 이용자가 남긴 경험담 (출처:와우인벤)

'온라인 탑골공원'이 인기다. 패션·문화 산업에 불었던 뉴트로 현상이 음악, 영상, 게임으로 넘어왔다. 구매력을 갖춘 1980~1990년대 생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9일 콘텐츠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신조어가 산업을 뒤흔드는 '핫 키워드'로 떠올랐다. 온라인 탑골공원은 온라인 세상에서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 1980~1990년대 출생, 30~40대가 몰려드는 콘텐츠를 뜻한다.

유튜브를 통해 1990~2000년대 음악방송이 실시간 스트리밍 되는 것이 인기를 끌며 시작됐다. SB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SBS KPOP CLASSIC'은 지난달 초부터 90년대 'SBS인기가요'를 실시간 스트리밍했다. 2007년 개설한 후 구독자 6만명에 불과한 이 채널은 90년대 가요를 틀면서 구독자가 16만명으로 늘었다. 동시접속자도 2만명을 돌파했다. 음악뿐 아니라 드라마, 개그, 시트콤, 영화 등 당시를 추억하는 콘텐츠가 공개되면 방문자가 늘어난다.

온라인 탑골공원을 찾은 이들은 밀레니엄 시대를 추억하는 30, 40대다.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 세상에서 생업을 영위하는 덕에 그들만의 특별한 감성을 공유한다. '민토(민들레영토)' '싸이(싸이월드)' 등 과거를 소환하는 단어들이 다시 등장한다. 최근 세련되고 깔금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결이 다른 감성과 흑역사를 다시 들춰내며 관련 콘텐츠를 재생산한다. '밤과 음악 사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과 상통한다.

콘텐츠 보유자는 반갑다. 큰 투자 없이 과거 콘텐츠를 재활용하고 개선, 다시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직접적인 상품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라도 유튜브 광고이익 등을 얻을 수 있다. '근황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콘텐츠로 연결할 수도 있다.

정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디지털 세상에서 느끼는 피로감에 대한 반작용으로 복고에 누구보다 적극 호응하고 있다”며 “자발적으로 새로운 걸 찾기보단 내가 좋아했던 것, 익숙한 것을 다시 꺼내서 편안히 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직접적인 매출로 이어지는 게임까지 확장되는 분위기다. 1991년 시리즈 첫 작품이 발매된 '랑그릿사'는 모바일로 이식돼 구글플레이 6위에 올라있다. 출시 후 줄곧 탑10을 지키고 있다. 또 다른 랑그릿사 콘솔게임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리니지M' 역시 온라인 게임 시대 개화를 함께한 세대의 매출을 쌓으며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온라인 탑골공원을 찾는 이들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게임이 줄줄이 출시될 예정이다. '테일즈위버' '바람의나라' '달빛조각사' '리니지2M' '창세기전' '대항해시대' 등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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