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진화한 '충돌 테스트' 車 안전장치 개발 바탕이 되다

충돌 테스트는 자동차 안전 기술 진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 자동차 안전 분야를 선도해온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60년 전 처음으로 자체 충돌 테스트를 했다. 벤츠는 1886년 세계 최초 내연기관차를 발명한 이후 130여년간 자동차 기술 선봉장으로 다양한 안전 기술을 선보였다. 안전의 아버지라 불리는 엔지니어 벨라 바레니를 영입한 1939년부터 지금까지 무사고 주행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꾸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안전 기술 개발에 앞장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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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진행한 메르세데스-벤츠 최초의 충돌 테스트.

벤츠는 1959년 진델핑겐 생산 공장 인근에서 차량을 단단한 물체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최초의 충돌 테스트를 했다. 이후 60년간 벤츠는 충돌 테스트 기준을 꾸준히 확립했다. 이를 통해 현재 벤츠의 충돌 테스트는 차량과 인체 모형을 이용해 실제 충돌 상황 시 차량과 탑승객들의 반응까지 연구하고 있다.

1959년 9월 실시한 벤츠의 첫 충돌 테스트는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했다. 첫 번째는 세단 차량을 목재로 만든 고정 벽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방식이었다. 테스트 차량은 테일 핀 바디(tail fin body)를 적용한 벤츠 190이었다. 견인 장치로 차량을 공중에 띄워 17톤의 고정 벽에 가속을 가했다. 당시 엔지니어들은 차량 전복 사고도 재현하고자 했다. 전복 실험은 시속 75~80㎞로 주행하는 차량이 코르크스크류 램프(corkscrew ramp)에 충돌하도록 설계했다. 충돌 시 차량을 회전 시켜 공중으로 뜨며 차체 지붕으로 떨어질 수 있도록 했다. 이 테스트 결과는 차체에 안정화 구조물을 설치하는 계기가 됐다. 운전자는 마네킹, 탑승객들은 3개의 모래주머니로 연출했다. 운전석 쪽 도어는 충돌 시험 전 제거해 움직임을 상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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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온수 로켓 구동 시스템을 적용한 메르세데스-벤츠 충돌 테스트 차량.

1962년 벤츠 개발자들은 온수 로켓으로 구동 시스템을 만들어 테스트 차량 추진력을 표준화했다. 보일러에 물을 채우고 섭씨 260도로 가열해 엄청난 압력을 생성, 밸브를 여는 순간 고온으로 가열된 수증기가 분출될 수 있도록 했다. 차량이 적절한 속도에 도달하면 장치가 분리되며 로켓에는 제동이 가해졌다.

벤츠는 충돌 테스트 방식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1968년부터는 충돌 테스트용 더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더미에는 충돌 시 받는 힘을 기록하는 특수 측정 장치가 포함됐다. 정면과 측면, 후면 충돌 등 특정 충돌 상황에 맞게 특수 제작한 120개가량 더미가 있었다. 더미 종류는 법으로 명시됐다. 크기 역시 신생아부터 성인까지 각각 탑승객에 맞춘 테스트를 했다.

1960년대 이후 충돌 테스트는 승용차는 물론 상용차까지 확대됐다. 1973년 벤츠는 충돌 시 실제와 가장 유사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첫 실내 충돌 테스트 시설을 개소했다. 이를 위해 오래된 철이나 콘크리트 소재의 단단한 장애물에 정면 충돌하던 테스트 방식에서 실제 도로 환경과 유사한 충돌 상황을 만드는 오프셋(offset) 충돌 테스트를 설계했다. 1975년에는 오프셋 충돌 테스트에 대한 본격 연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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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 안전 기술 센터(TFS).

1992년에는 변경 가능한 장애물을 이용한 오프셋 정면 충돌 테스트를 처음 실시했다. 실제 충돌 상황에서 자동차에 가해지는 반응을 더 유사하게 재현했다. 이후 유럽 방식 차량을 테스트하기 위한 연성 장애물을 개발하며, 실제 도로 환경과 유사한 충돌 사고 연구에 큰 획을 그었다. 1년 후인 1993년 벌집 육각형 모형인 허니콤(honeycomb) 구조의 변형 가능한 금속 장애물에 시속 60㎞로 차량 50%를 충돌하는 방식을 적용, 오프셋 충돌 상황을 연출하는 테스트를 했다. 이 테스트는 벤츠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벤츠의 안전장치 개발 역시 충돌 테스트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2015년 5월 5만5000㎡의 규모의 신규 자동차 안전 기술 센터(TFS)를 완공했고 2016년 9월 30일 첫 충돌 테스트를 했다. 벤츠는 이곳에서 양산 직전 차량을 대상으로 1만5000건의 충돌 테스트 시뮬레이션과 150건 이상의 충돌 테스트를 하며 법적으로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테스트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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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 안전 기술 센터(TFS)에서 충돌 테스트 중인 E클래스.

기존 시설에서 연간 최대 465건(2012년 기준)의 충돌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시설에서는 1000건에 달하는 충돌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됐다. 전 세계 차량 등급과 인증에 필요한 40여개 항목은 물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낙하 테스트 등 여러 세부 항목도 테스트한다. 충돌 테스트에서는 초당 1000장에 달하는 사진을 찍어 충돌 상황을 1백만 분의 1초 단위로 재구성한다. 아울러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충돌 지점을 컴퓨터에 자동으로 입력하도록 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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