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해고자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공무원도 직급에 관계없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경영계는 정부입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반발했다. 올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등 3개 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ILO 핵심협약 비준안에 이어 법 개정안이 확정되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정부 내 절차는 완료되고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ILO 핵심협약은 ILO가 채택한 189개 협약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에 관한 8개 협약이다. 우리나라는 이중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금지 관련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제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제98호), 강제노동 금지 협약(제29호) 등 3건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노조법 개정안은 ILO 핵심협약 기준에 맞춰 실업자와 해고자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다만 이들의 노조 활동이 기업 운영을 저해하지 않도록 실업자·해고자 조합원이 사업장 내 노동조합 활동 시에 사업장 출입 및 시설 사용에 관한 사업장의 내부 규칙 또는 노사 간 합의된 절차를 준수하도록 했다.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과도한 전임자 급여 지급을 방지하기 위해 근로시간 면제 한도 내에서만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파업하는 노조의 주요 업무 시설 점거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은 6급 이하로 제한했던 가입범위에서 직급기준을 삭제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소방공무원을 가입대상에 포함하며, 퇴직공무원도 노조 규약으로 정하면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
교원노조법은 고등교육법에 따른 교원(강사는 제외)은 개별 학교 단위로도 노조를 설립·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퇴직교원도 노조 규약이 정하면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복수노조 제도에 따른 교섭 시 예상되는 교섭 혼란 등을 최소화하고 효율적 교섭 진행 등을 위해 교원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규정을 마련했다.
비준안과 법률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야당과 경영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그간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건의해 온 경영계 핵심요구사항은 사실상 배제되고, 노동계에 편향된 내용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노조에 힘 쏠림 현상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자주성과 도덕성 차원에서도 불합리성을 높일 소지가 있다”면서 “경영계 입장을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극 개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정부 입법안이 제출되면 여야에 충분히 설명해서 논의가 깊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정부는 (정기국회에서) 입법안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