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제부처도 '전자정부 강국' 증명…공정위, 필리핀에 사건처리시스템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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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몇 년 동안 주춤하던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수출'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분야도 이전까지 단 한 차례도 수출이 없던 공정거래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높은 정보기술(IT) 수준, 제도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에 '전자정부 수출' 진출이 확산되고 있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내년부터 4년에 걸쳐 공정위 사건처리시스템을 필리핀에 이식한다. 경쟁 당국의 IT 시스템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라는 것이 정부와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KOICA 관계자는 “2020~2023년에 총 520만달러를 투입해 필리핀에 공정위의 사건처리시스템을 공급하고 관련 노하우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면서 “ODA 사업으로 공정위 시스템을 보급하는 것은 최초”라고 전했다.

필리핀은 경쟁법을 2015년에 제정해 2년 유예 기간 후 2017년부터 운용했기 때문에 관련 제도·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다. 공정위는 사건처리 접수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을 IT로 관리하는 사건처리시스템을 필리핀에 제공, 경쟁법 집행 역량 제고를 돕는다.

공정위는 사건처리시스템뿐만 아니라 관련 교육·노하우 제공을 병행, 효과 높은 운영을 지원한다. 이번 사업의 성공적 추진에는 우리나라의 IT 경쟁력, 글로벌 경쟁 당국 사이에서 높아진 공정위 위상이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필리핀 사업 추진이 성공하면 다른 개도국으로 IT 시스템 보급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필리핀은 정보화 환경이 비교적 잘 갖춰진 나라”라면서 “우리 사건처리시스템 도입에 적극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업계는 공정위 사례처럼 과거엔 눈에 띄지 않던 분야의 글로벌 IT 시장 진출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부용'이라고만 생각해 온 IT시스템에 대한 담당자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개도국 입장에선 한국의 IT 노하우는 물론 경제 부문의 법·제도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도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기재부는 총 1200억원을 투입해 2022년까지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의 차세대 사업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17개 분야 시스템의 모듈화를 추진, 글로벌 수출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다.

최근 공개된 차세대 디브레인 사업 제안요청서를 확인한 결과 '수출을 고려한 모듈화'가 명시됐다. 지금은 사실상 '한 덩어리' 시스템이어서 부분별 기능 강화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차세대 사업으로 시스템을 업무별로 분리 구축해 기능 변경을 용이하게 하고, 개별 시스템 수출도 공략한다는 목표다.

기재부는 그동안에도 디브레인 수출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개도국 입장에서 디브레인은 기능이 너무 많고 비싼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디브레인의 모든 기능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모듈화가 마무리되면 개별 시스템 수출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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