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종료 이후 3주가 지난 가운데 주유소들이 2009년 유류세 환원 때보다 기름값을 더디게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두 차례 걸쳐 단계적 환원에 나선 데다 불공정행위 모니터링을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5일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1539원으로 지난 8월 31일 1497원 대비 42원(2.8%) 올랐다.
정부가 9월 1일부터 휘발유 유류세를 58원 환원한 것을 감안할 때 환원분 대비 72%만 상승한 것이다.
이는 직전 유류세 환원을 실시한 2009년보다 더딘 상승률과 속도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1월 1일부터 휘발유 유류세를 82원 환원했다.
당시 국내 휘발유 가격은 2008년 12월 31일 1288.10원에서 이듬해 1월 25일 1417.57원으로 129.47원(10.05%) 급상승했다. 1일부터 25일까지 환원분 대비 상승률은 158%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던 것도 아니다. 통상 주유소 기름값은 2~3주전 국제 유가를 반영해 매겨진다.
2008년 12월 15일 두바이유 기준 국제 유가는 배럴당 43.82달러에서 12월 24일 36.88달러로 되레 15.9% 하락했고 2009년 1월 내내 40달러대를 맴돌았다.
올해도 비슷하다. 2019년 8월 15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58.33달러에서 9월 11일 60.89달러를 기록할 때까지 50달러 후반대를 줄곧 유지했다.
비슷한 국제 유가 변동폭에도 동일 기간 올해 인상률이 2008년 대비 5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은 정부 특별관리 결과로 보인다.
현 정부는 기름값 인상 주체를 핀셋 규제해 왔다. 유류세 환원 전후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합동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가격담합과 판매기피 등 불공정행위를 집중 단속했다. 석유관리원·소비자원과 각 시·도를 통해 매점매석·판매기피 행위 등을 관리했다.
통상 일반에서 운영하는 주유소들은 인건비, 토지임대료 등을 기름값에 반영, 개별 책정한다. 지역마다 가격차가 나는 이유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는 이들에 제공하는 유류 공급가격을 인위로 조정할 수 없다.
일부에선 정부가 지난 5월과 이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유류세 환원을 실시한 점도 가파른 기름값 상승을 억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국내 휘발유 가격은 오는 10월부터 상승세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4일 드론에 피격당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여파로 급격히 오른 국제 유가가 기름값에 본격 반영되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유류세 환원 시행 3주째이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상승폭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사우디 아람코 피격건이 시차를 두고 유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