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가 간절기 시즌을 맞아 마케팅에 속도를 낸다. 쌀쌀해진 날씨에 발열내의와 플리스 같은 가을·겨울 의류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불매운동으로 주춤한 유니클로 빈자리를 꿰차기 위한 토종 패션업체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 SPA(제조·유통일괄) 브랜드 스파오는 발열내의 '웜테크' 물량을 작년대비 150% 늘렸다. 유니클로 스테디셀러인 '히트텍' 판매량 감소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눈치다.
당초 74%만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물량 공세 적기로 보고 발주량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달 말까지 원플러스 쿠폰을 증정하며 마케팅에 총력을 쏟고 있다.
유니클로 대체재로 떠오른 신성통상의 탑텐도 겨울용 발열내의 '온에어' 물량을 지난해보다 5배 많은 500만장으로 늘렸다. 유니클로 전 모델이었던 이나영을 기용하며 제대로 맞불을 놨다.
토종 SPA 기업은 일본산 불매운동 여파가 남아있는 이번 시즌이 유니클로가 장악했던 발열내의 시장 지형도를 깨트릴 적기로 보고 있다. 앞서 여름에도 냉감속옷 시장을 이끌던 유니클로 에어리즘 판매가 주춤한 사이 토종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렸다.
7월 스파오 '쿨테크' 매출은 작년보다 3배가량 늘었다. 탑텐 '쿨에어' 역시 매출이 120% 뛰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도 발열소재 의류인 '자주온'을 새롭게 선보이며 절대강자가 사라진 발열내의 시장에 가세했다.
올해 추동시즌 패션 트렌드로 떠오른 '플리스(Fleece)' 재킷을 놓고도 각축전이 예고된다. 플리스는 폴리에스테르 원단 표면을 양털처럼 가공해 만든 보온 소재다. 유니클로 효자상품인 '후리스' 이름을 따서 불렸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트렌드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만큼 후리스 빈틈을 노린 국내업체의 신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룬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플리스는 보온성과 활동성이 뛰어나고 뉴트로 유행에도 부합하는 제품이라 젊은 층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파오는 38종의 다양한 덤블 점퍼를 출시했다. 탑텐은 올해 플러피 플리스 생산 물량을 지난해보다 5배를 늘린 40만장을 선보였다. 탑텐은 플리스 재킷 1+1 선구매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공격적인 마케팅 공세에 나섰다.
아웃도어 브랜드도 플리스 시장에 가세했다. K2는 올해 플리스 물량을 작년보다 3배가량 늘렸다. 휠라 역시 보아 소재를 사용한 플리스 상품을 지난해보다 6배 확대했다. 노스페이스와 블랙야크도 플리스 상품 종류를 대폭 확대하며 특수를 겨냥했다.
국내 업체 공세에 맞서 유니클로도 플리스 출시 25주년을 기념해 63가지 제품 컬렉션을 내놨다. 불매운동 여파로 하절기 매출이 급감한 유니클로는 판매 단가가 높은 동절기 판매에서는 점유율을 회복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업계 관계자는 “한 해 실적을 좌우할 겨울 장사를 앞두고 브랜드마다 마케팅 격전을 펼치고 있다”면서 “특히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유니클로 입지가 좁아지면서 그 틈을 꿰차기 위한 토종업체들의 물량 공세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