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레그테크' 금융 혁신 이끈다…MRR 개념검증 착수

금융감독원이 '머신리더블 레귤레이션'(MRR) 모델 수립을 위한 실무 절차에 들어갔다.

앞으로 금융회사 업무보고서 제출이나 약관 심사 등 금융 규제를 사람이 아닌 컴퓨터 등 기계가 이해하고 자동으로 작성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 도입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금융 환경 속에서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규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금융사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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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MRR 개념검증(PoC) 수행을 위한 제안설명회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이달 중 선정할 예정이다. 이달 중에 최종 계약을 마무리하고 연내 개념 검증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규제와 기술 결합을 의미하는 레그테크(Reg-tech) 분야 가운데서도 MRR는 금융회사가 주목하고 있다. MRR는 각종 금융 규제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 관련 규제가 날이 갈수록 복잡·다기화하면서 금융회사의 규제 준수 비용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MRR 도입으로 금융회사는 규제 준수 비용을 낮추고, 감독 당국에서는 규제의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금감원은 이번 개념 검증을 통해 전자금융거래법과 시행령, 전자금융감독규정 등의 내용을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다. 보고서 규정을 프로그램 코드화해서 기계가 실행할 수 있는 언어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금융회사 데이터베이스(DB)와 연계해 데이터 추출과 보고서 데이터 전송을 위한 분산원장, 오픈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적용 가능성도 검증한다.

이번 개념 검증 과정에서는 인공지능(AI)부터 블록체인까지 각종 신기술이 대거 적용된다. 보고 의무 사항을 기계가 읽을 수 있도록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연어 처리, 텍스트 추출 등 AI 기술이 적용된다. 또 실행 가능 형태 코드로 전환된 보고서 양식은 금감원과 가상의 금융회사를 노드로 한 사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성, 생성된 코드를 배포하는 등 블록체인 기술도 쓰인다. 이렇게 추출된 데이터는 오픈 API로 제출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동안 논의 단계에만 머물러 있던 각종 신기술의 적용 여부를 이번 개념 검증 과정에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이보다 앞서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와 블록체인 기반 모기지론 거래내역 분산원장 시스템을 공동 개발, 금융 감독에 적용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계약 체결 시 계약원장이 실시간 금융 당국으로 전달돼 금융 규제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실생활에 쓰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MRR 도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상거래탐지(FDS), 자금세탁방지(AML) 등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여타 규제 분야와 달리 컨설팅, 법무 등 분야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향후 오픈뱅킹과 금융 클라우드 활용이 본격화하면 핀테크 기업에서도 레그테크 적용이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MRR 분야야 말로 금융 규제 당국이 먼저 움직이지 않고서는 도입되기 어려운 영역”이라면서 “개념 검증이 성공리에 마무리돼 실제 고정비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면 금융권에서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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