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페이스북 사태의 또 다른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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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기자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의 행정소송은 판례가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정당하지 못한 사유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와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하게 해치는 행위'를 금지했다. 그러나 법률은 어떤 행위가 제한에 해당하는지, 어느 정도 속도가 지연돼야 현저하다고 간주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법률 기준이 모호한 상태에서 준거가 될 판례가 있었다면 방통위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평가다. 방통위는 2심에서도 판례없이 각종 연구와 실증 사례를 총동원, 이용 제한과 현저성을 입증하기 위한 논리 및 데이터를 보강해야 한다.

방통위가 2심 대응과 더불어 페이스북 사태를 계기로 판례 관점에서 좀 더 멀리 내다봤으면 한다. 페이스북과 소송전은 글로벌 기업과 소송 확대 전초전이 될 수 있다. 방통위가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해소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은 페이스북 사례를 참고, 소송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방통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패소한다면 그만큼 우리나라 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방통위가 소송에서 드러난 입법 미비를 보완,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서 향후 유사 사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이와 함께 적절한 법률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방통위 정원 240명 가운데 변호사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해 10여명으로 파악된다.

파견 등을 제외하고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직원은 5명 수준이다. 방통위는 역차별 해소 정책 강화와 관련해 국제변호사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미국에서 만난 연방통신위원회(FCC) 관계자는 “FCC 역사는 소송과 판례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규제 정책을 개발할 때 소송을 염두에 두고 법률을 자문하는 일은 필수”라고 말했다. 방통위도 글로벌 기업의 역차별 해소 정책 강화에 앞서 좀 더 치밀한 법률 준비가 필요하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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