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12>제조업 최근 동향

Photo Image

지금은 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하는 시기인 만큼 최근 제조업은 전통 요소와 미래 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다. 제조업 전반 동향을 몇 가지로 요약해본다.

고도화된 첨단 생산장비(공작기계)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선진국 독점 제조기술이 보편화되고 있다. 그 결과 선진국과 개도국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었고 선진국 경쟁력이 약화됐으며 선진국은 전통 제조업 대신 부가가치가 큰 영역에 집중하는 한편 자국 기술 보호와 해외 생산기지 회귀를 강화하고 있다.

기업은 빠르게 변하는 제조업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면 바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혁신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혁신 역량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역량을 가진 기업을 인수합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7나노 이하 반도체 제조에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만드는 네덜란드 ASML은 필립스와 ASMI 합병으로 탄생했다. 경쟁상대가 없는 ASML은 차세대 반도체 산업 판도를 결정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차지했다. 인수합병 대상이 되는 혁신기업 역시 다른 전문역량과 융합함으로써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고 성공 사례는 창업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인수합병은 세계적 대세가 됐다.

점점 짧아지는 제품 수명주기에 대응해 단기간에 혁신제품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증가함에 따라 글로벌 분업체계가 확고히 자리 잡았다. 글로벌 기업은 여러 플랫폼 기업을 연결한 가치사슬로, 플랫폼 기업은 여러 개 가치사슬로 이익을 창출한다.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모바일 칩셋은 퀄컴이 설계하고 대만 TSMC가 위탁받아 생산한다. 애플은 경쟁사인 삼성이 제조하는 디스플레이 모듈을 사용한다. 세계 전자제품 제조사가 삼성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한다. 차별화된 혁신 제품을 생산하는 플랫폼 기업이 늘면서 가치사슬이 다양해지고 첨단 제품 개발속도가 빨라졌다. 최근 초고순도 불화수소 이슈로 많은 사람이 플랫폼 기업과 글로벌 가치사슬을 이해하게 됐다.

원자를 한 층씩 쌓아올리는 증착 기술, 원자 수준의 평면연마 기술을 이용해 2차원 상에서 집적되던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3차원 반도체 기술, 2차원 평면 형상을 계속 쌓아올려 복잡한 모양을 가진 부품을 만드는 3D프린팅 기술 등 새로운 공정기술이 개발되면서 제조업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여러 부품으로 나눠 제작하던 복잡한 모양의 부품을 3D프린팅으로 한 번에 제작할 수 있게 돼 설계 한계가 무너졌으며 시간이 많이 걸리던 시제품 제작을 간단히 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아디다스는 3D프린팅을 이용해 개인 발 모양에 맞춘 운동화를 제조하고 있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 전형이다. 인공지능을 제조현장에 도입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 솔루션을 찾아내 고객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고 제품 불량률을 줄이며 대형사고를 미리 막아 생산 정지 시간을 줄이는 등 제조업 형태가 바뀌고 있다.

소재기술은 제조업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영역이다. 제조업 발전이 가속되면서 소재기술이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 즉 소재기술이 제조업 발전을 지연시키는 형국이 됐으며 이는 4차 산업혁명에서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제조업 강국은 미국의 소재 게놈 계획, 일본의 신원소 프로젝트, 중국의 중국제조 2025(10대 분야에 신소재 포함), 독일의 하이테크전략 2025(3대 중점 분야 중 미래경쟁력 강화)와 같은 소재개발 정책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추진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4차 산업혁명 초반에 영향을 미치게 될 미래 제조업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