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스토어가 '애플 아케이드'와 '성인등급' 게임을 내놓는다.
전략 상품 두 가지를 앞세워 국내 게임 생태계에서 잃어가는 시장 점유율과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전략이다. 독점작과 차별화된 이용자경험 제공으로 구글플레이와 코어게이머 쟁탈전을 예고했다. 코어게이머는 이용시간이 길고 충성도가 높아 매출 기여 잠재력이 큰 게임 이용자를 말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 정책 변화 움직임이 전해지면서 국내 중소게임사들이 패키지 게임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애플이 애플 아케이드를 국내에 서비스하고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을 유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애플 아케이드는 애플 서비스 중 흔치 않게 서비스 동시와 함께 국내 시장에 론칭된다. 이달 20일부터 사용할 수 있다. 월 구독 비용은 6500원이다. 순차적으로 100개 이상 신작과 독점작을 추가한다.
코어 게이머를 노린 구독 서비스다. iOS13부터 기존에 지원하지 않던 PS4와 XBOX 트롤러를 공식 지원한다. 터치와 드래그보다 복잡함을 요구하는 볼륨이 큰 게임도 서비스하겠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게임 대부분은 패키지 다운로드 방식이다. 부분유료화를 배제해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결말이 있는 게임 구조로 코어 게이머를 유혹한다. 파고들며 즐기는 코어게이머 성향에 부합한다. 게임사는 유지보수와 콘텐츠 확장에 대한 부담이 적다.
유료 판매에 의존해야 했던 패키지 모바일 게임 판로가 늘어나 국내 소규모 패키지 게임 개발사에 호재로 작용한다. 자사 제품이 판매되지 않아도 아케이드에 입점하면 구독료를 지불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속 매출 창출이 가능하다. 후속작 개발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iOS가 안드로이드보다 불법복제 위험성이 낮다는 점도 패키지 게임사 구미를 당긴다.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애플 앱스토어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코어게이머 포옹에 한몫할 전망이다. 그동안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즐길 수 없었다. 성인 지향 일러스트 게임이나 거래소가 있는 MMORPG는 시장 일부분을 배제하고 서비스할 수밖에 없었다. 애플 이용자는 앱플레이어를 이용해 안드로이드 게임을 즐겨야만 했다.
애플이 정책을 바꾸면서 고스톱·포커 게임이 먼저 빗장을 열어젖혔다. 현재 MMORPG를 포함한 청소년 이용불가 모바일 게임이 애플 앱스토어 출시를 검토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애플 정책 변경이 사전에 개발사에 미리 공유된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제 출시 시기는 게임사별로 많은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비교적 손쉽게 iOS로 포팅할 수 있는 고포류 게임과 다르게 MMORPG나 2차원게임 등은 결제모듈, 정책 변경 확인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모바일 게임 플랫폼이다. 2019년 상반기 세계 iOS 앱스토어 결제 금액은 255억달러(한화 약 30조1300억원)로 구글 플레이 142억달러보다 높다. 이중 70%가 게임에서 발생했다. 이용자 개개인이 지출하는 금액도 구글플레이를 웃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원스토어와 경쟁하는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 점유율은 18%에 그친다.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
애플 앱스토어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뺏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코어게이머와 결제비율이 높은 성인게임 이용자 확보가 핵심이다. 업계는 패키지 독점작을 얼마나 확보하는지, 어떻게 차별화된 게임 이용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가 승패를 가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게임사 관계자는 “국내는 구글플레이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애플 독점작을 개발, 유통하는 건 구글에 밉보일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이라며 “글로벌만을 목표로 하는 소규모 패키지 게임사 정도만이 애플 집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구글이 워낙 인디페스티벌 등 소규모 패키지 친화정책을 계속 써왔던 터라 이마저도 애플이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