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체제 1년...·결정은 빠르게·조직은 유연하게·투자는 과감하게

'보수적 기업 문화를 띠던 현대차가 확 달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지난 1년 동안 주도한 변화와 혁신에 대한 그룹 안팎의 평가다. 오는 14일이면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한 지 1년이 된다. 직원 수 14만명에 이르는 그룹사가 짧은 기간 변신에 성공할 수 있게 된 것은 유연한 기업 문화 도입과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이 밑바탕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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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유연한 조직 문화, 회사를 바꿨다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새로운 시도로 이질적인 것과의 융합을 즐기자.”

정 수석부회장이 올해 처음 주재한 시무식에서 강조한 말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기존과는 확연하게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역량을 한데 모으고 미래를 향한 행보를 가속화,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라고 규정했다.

지난해 12월 정 수석부회장은 취임 이후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부회장 4명이 물러났거나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다. 몇몇 가신이 그룹을 이끌던 시대가 저물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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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수석부회장이 2019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순혈주의는 완전히 깨졌다. 출신과 관계없이 실력 위주로 인재를 영입하고, 승진도 과감하게 이뤄졌다. 그룹을 주도하는 외국인 사장이 늘었다. 알버트 비어만 차량성능담당 사장이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 첫 외국인 연구개발(R&D) 총괄이 됐다. 경쟁사인 닛산의 호세 무뇨스 최고성과책임자(CPO)를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하기도 했다.

가장 큰 변화는 조직 문화다. 수평적 직급 체계를 도입해 임직원의 긍정적 변화를 끌어냈다. 기존 사원에서 부장까지 5단계 직급 체계를 매니저, 책임 매니저 2단계로 축소했다. 임원 직급 체계도 상무, 전무로 줄였다.

소통 체계도 달라졌다. 임직원은 회사에 대한 건의 사항을 모바일 메신저로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한여름에도 정장을 입던 임직원이 청바지에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올해부터는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정기 공채를 완전히 없애고 수시 채용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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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리막 작업 현장에서 마테 미락 CEO(네 번째)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과감한 전략 투자, 모빌리티 업체 변신 가속

“미래를 보는 혜안이 남다른 것 같다.”

최근 현대차그룹에서 물러난 한 임원은 정 수석부회장을 이렇게 봤다. 미래 먹거리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고, 지금 어느 곳에 집중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1년 동안 현대차그룹은 수조원대 투자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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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수석부회장은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서 현대차그룹 미래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차량공유·인공지능(AI)·스마트모빌리티와 같은 미래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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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올라의 바비쉬 아가르왈 올라 CEO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차 시대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한 대규모 전략 투자를 신속히 결정했다. 먼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전동화 모델을 2025년 44개로 늘려 연간 167만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수소전기차 분야에 2030년까지 8조원대 투자 계획을 세웠다.

올해 3월 인도의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 올라(약 3300억원)에 이어 4월 국내 스타트업 코드42, 5월 유럽 고성능 전기차 기업 리막(약 1000억원)에 투자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2021년 국내 자율주행 친환경 로보택시 시범 운영을 목표로 미국 자율주행업체 오로라에 전략 투자를 단행했다. 유럽 완성차 업체 4개사가 공동 설립한 아이오니티 지분 20%를 확보하며 유럽 내 초고속 충전인프라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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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V80 콘셉트 모델 외관 렌더링 이미지.

앞으로도 정 수석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 판매 부진 장기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면서 “양적 성장을 내세우던 시대에 설립한 글로벌 과잉 생산설비에 대한 구조조정과 지배 구조 개편도 경영 안착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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