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전통적 기술 강국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 배경에는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체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연구개발(R&D) 전략과 프로그램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독일의 기술혁신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프로그램은 주로 독일연방경제에너지부(BMWi)와 독일연방교육연구부(BMBF)에서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 육성 및 첨단연구, 비영리 연구기관의 기초연구 및 제품화 기술개발, 공통기반 기술개발 등을 목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국가 전체의 연구개발 프레임워크를 설정한 '하이테크전략'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메르켈 총리 당선 이듬해 2006년 대내외 위기극복과 글로벌 선도국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과학기술 분야 최상위 범부처 연구개발전략인 '하이테크전략2006'을 수립했다.
초기에는 개별적 기술개발 중심 연구개발 정책이 이뤄졌으나 해당 전략을 통해 범부처 차원의 협력 지향적 연구개발 시스템으로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하이테크전략2010' '하이테크전략2020' '신하이테크전략' '하이테크전략2025' 등으로 계승 발전했다.
세계경제위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독일이 위기를 맞이하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이를 통해 향후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분야별 핵심 기술을 선정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발빠른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하이테크전략2025'는 △범부처간 공동 협력 목표 선정 △사회경제적 요구에 맞는 혁신연구 추진 △시민참여 강조 △3대 중점 분야(사회문제 대응, 미래 경쟁력 강화, 개방형 혁신과 스타트업 문화) △12대 액션플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밖에도 BMBF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에는 독일엔지니어협회 등 다수 전문 관리기관을 통해 지원하는 중소기업 전용 R&D프로그램이 있다. 독일 미래성장동력 창출에 중요한 10개 첨단연구 부문(바이오, 의료, ICT, HCI 등)에서 새로운 제품, 공정, 서비스 등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한다. 공통 자문서비스 및 초보자 자문서비스를 운영해 사업문의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으며, 속도가 중요한 첨단연구 속성을 고려해 신청절차 간소화 및 심사기간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BMWi는 전문 관리기관(EuroNorm GmbH)을 통해 산업기술 분야 비영리 연구기관에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결과를 중소·중견기업에 공개 및 제공한다. 예비연구 프로젝트(최대 55만유로), 시장지향 연구개발 프로젝트(최대 40만유로), 산업기술 인프라 구축(최대 50만유로)의 3개 프로젝트로 구분해 지원한다.
이 같은 국가적 전략으로 인해 독일에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을 뜻하는 '히든챔피언'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연 매출 40억달러 미만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수출을 위주로 하며 세계 시장에서 1~3위 또는 소속 대륙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을 히든챔피언이라 지칭했다. 해당 분류에 따르면 전세계 히든챔피언의 약 절반가량이 독일 기업이며 미국, 일본,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후순위 국가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