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기술독립선언I]車 제조 넘어 '미래차 기술 리더십' 주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동화·디지털화·모빌리티 서비스 확산으로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를 맞은 자동차 산업은 제조사에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신흥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수익성 회복과 외부 변화에 신속한 대응 등 여러 난관에 직면한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는 제조업체를 넘어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 변화하기 위한 다양한 미래 전략을 세우고 있다. ICT 융합과 공유경제, 인공지능, 스마트 모빌리티와 같은 미래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기술 혁신을 가속화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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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수소전기차(FCEV) 넥쏘가 수소를 충전하고 있다.

◇韓, 수소경제 주도할 '퍼스트 무버' 도약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수소전기차(FCEV)'로 촉발할 수소경제를 미래 신산업 중 하나로 육성하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부품 국산화율이 높다. 차량 보급이 확대될수록 국내 부품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가속이 가능하다. 'CASE(커넥티드·자율주행·공유·전동화)'로 요약되는 급격한 미래 자동차 산업 트렌드 변화에도 내연기관 차량보다 부품 감소율이 낮아 기존 자동차 부품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업계와 한국수출입은행 부품 수 비교 조사에 따르면 내연기관차는 3만개, 전기차는 1만9000개, 수소전기차는 2만4000개 부품이 필요하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오는 2030년까지 최대 650만개 수소연료전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소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고 충전이 쉬워 기차와 선박, 지게차 등 모든 운송수단에서 2030년까지 총 소유비용을 10%가량 낮출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장기 수소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을 발표했다. 2030년 국내에서 연 50만대 규모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 글로벌 수소전기차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협력사와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및 설비 확대 등에 총 7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5만1000명 신규 고용을 창출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30년 연간 기준으로 승용, 상용을 포함해 수소전기차 50만대 생산체제 구축에 나선다. 50만대 생산체제가 현실화될 경우 연간 경제효과는 약 25조원, 간접 고용을 모두 포함한 취업유발 효과(한국은행 차량용 취업유발계수 적용)는 22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수소전기차 개발에 나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늘고 있고 기존 내연기관 중심 글로벌 완성차 시장 내 현대·기아차 점유율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목표다. 업계는 2030년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 규모가 2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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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충주 수소 연료전지공장 전경.

정부와 업계가 수소경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글로벌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국내외 운송 수단 및 발전 분야 등에서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방식 수소 생산이 보편화되면 수소 가격 하락과 함께 연료전지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장기적인 수소 가격 인하로 수소전기차 연간 운영비가 전기차 수준으로 떨어지고 전력 생산을 위한 발전 원가도 천연가스 발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을 활용한 발전의 경우 에너지 효율이 높고 상시 가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크다.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으로 수소를 만들어 보관한 후 필요 시 연료전지시스템을 이용해 다시 전력을 생산하면 신재생에너지 간헐성을 극복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충북 충주 현대모비스 친환경부품 전용공장에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을 신축했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능력을 4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연료전지시스템은 수소전기차 심장으로 불린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전기를 만들어 내는 연료전지스택을 비롯해 수소와 공기 공급장치, 열관리 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약 130곳의 중소 협력사들이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에 들어가는 부품 공급을 담당한다. 현대차그룹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경제 사회 선제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능력을 70만기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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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CES에서 관람객들이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전시물을 체험하고 있다.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변신

자동차 업계는 미래차 핵심 기술을 강화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로 변신에 나선다. 100년 만에 찾아온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격변기를 맞아 미래 자동차 사업의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이 미래 기술 투자 핵심 분야다.

현대차는 상품 경쟁력 강화와 산업 패러다임 변화 대응을 위해 R&D와 미래 기술 분야 등에 2023년까지 5년간 총 45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이 가운데 스마트카와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혁신 기술에 14조7000억원을 집중 투입한다. 세부적으로 △차량 공유 등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 6조4000억원 △차량 전동화 분야 3조3000억원 △자율주행 및 커넥티비티 기술 2조5000억원 △선행 개발 및 R&D 지원 사업 2조5000억원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을 목표로 하는 현대차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과 협력해 공유경제 시장 핵심 사업자로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 업체 그랩과 전기차 전용 차량 호출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인도 카셰어링 업체 레브,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기업 미고, 호주 P2P 카셰어링 업체 카넥스트도어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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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가 얀덱스와 협업해 개발한 쏘나타 기반 자율주행 플랫폼.

부품 업계도 미래차 부품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체계적인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핵심 부품 매출액 9% 수준인 8350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연구 인력도 12% 증원한 4100여명으로 확대했다. 현대모비스는 지속적인 투자 확대를 통해 2025년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미래차 기술개발 집중 △소프트웨어(SW) 중심회사로 전략적 전환 △오픈 이노베이션 가속 △글로벌 연구개발 네트워크 강화 네 가지 핵심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자율주행 센서부터 운전자 지원 기술, 이를 융합한 자율주행 솔루션까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레벨3 자율주행 핵심 요소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2021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을 위한 V2X,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을 마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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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연구원들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가상의 도로환경을 반영한 인포테인먼트 제품의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을 분석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화 속도에 발맞춰 SW 개발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독창적인 융합 SW 과정을 가르치는 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현재 800여명 수준인 SW 설계 인원을 2025년까지 약 4000명으로 5배 이상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개방형 혁신을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선전에 구축한 글로벌 거점을 국내외 R&D 네트워크 안에 편입시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자동차 업계는 부품 협력사 자생력 강화를 위한 지원책 마련도 고심 중이다. 자동차 산업 생태계 경쟁력이 뒷받침될 때 미래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협력사가 스스로 기술 개발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난해 268건에 대한 430억원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특허 160건을 무상으로 공유하고, 협력사들이 다양한 시험을 할 수 있도록 연구소와 시험센터를 개방, 지난해 2500여건 시험을 지원했다. 아울러 최신 기술 트렌드나 품질 개선 방안 등을 협력사와 공유하고자 협력사 대표부터 실무자까지 7500여명에 230회 교육을 했다.

[창간 37주년:기술독립선언I]車 제조 넘어 '미래차 기술 리더십' 주도
[창간 37주년:기술독립선언I]車 제조 넘어 '미래차 기술 리더십' 주도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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