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 관변단체가 자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백색국가 제외'로 맞불을 놓은 우리 정부에 냉정한 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국 경제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보복 조치'라며 강경 반발하는 일본 정부가 뒤로는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은 우리 정부에 “(백색국가 운영) 제도에 대한 상호 이해 부족으로 혼란과 긴장이 이어지는 것은 불행하다”며 “한국 정부의 냉정한 대응을 간절히 요망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일본 기계수출조합, 화학수출입협회, 화학공업협회,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 비즈니스기계정보시스템산업협회, 정보통신네트워크산업협회 등 6개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전략물자 수출입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지난 3일 자정까지 의견서를 접수받았다.
CISTEC은 한국의 조치가 오해에서 비롯됐고 실제 개정이 이뤄지면 양국 비즈니스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의견서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 해도 포괄적 (수출) 허가를 사용할 수 없는 게 전혀 아니고 개별 허가 품목도 자의적으로 확대될 일 없다”며 “반면 한국은 일본처럼 특별 일반 포괄허가 제도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이 받는 피해는 적은 데 반해, 일본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원칙적으로 개별 허가로 전환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이어 “향후 일본에 수출하는 한국기업은 (신용등급이 높은) 트리플A 기업을 제외하곤 개별 허가시 서류 면제 또는 심사 면제 특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재고해 달라”고 덧붙였다.
CISTEC이 경제적 이유로 개정 불복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기구는 민간비영리지만 일본 내 유일 전략물자 수출통제 관련 기관으로 정부 입장을 대변해 왔다.
실제 이들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7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자 “대량 살상무기 등 확산방지, 군사전용 방지를 위해 유엔안보리 결의 등에 기초한 조치”라며 한목소리를 내 왔다.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해도 큰 영향은 없다는 주장도 경제산업성 입장이다.
반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고시 개정 이유와 일본을 가의 2지역(백색국가 제외)으로 분류한 이유, 캐치올(상황 허가) 등 우리나라의 수출통제제도에 대한 답변을 우리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면서 “명확한 설명 없이 고시를 개정하는 것은 근거 없는 자의적 보복조치일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일본 정부가 앞에선 강경 대응 태도를 유지하고 뒤로는 해법의 실마리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CISTEC과 일본 정부가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맞다”며 “다만 일본 기업과 경제단체 등은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고시개정은 국제공조가 어려운 나라를 대상으로 수출통제 지역구분을 달리해 수출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제도 개선 목적이지 보복조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