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7주년:기술독립선언Ⅰ] '수출 2위' 기계산업, 국산화·수입 다변화로 힘 갖춰야

#일반기계 산업은 작년 수출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일반기계 산업 역사상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반도체 다음으로 수출 500억달러를 기록한 주력산업이 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7월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일반기계의 높은 일본 의존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공작기계 수치제어장치(CNC) 등 핵심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정부는 국산 기계 핵심 기술을 상용화하고 차세대 CNC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전문가들은 기계 핵심 품목을 국산화하면서도 독일 등 대체 수입국을 찾는 작업을 병행하는 장기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도국인 독일과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만과도 경쟁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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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기계, 작년 수출 첫 500억달러 돌파…두 번째 수출 품목으로 우뚝

일반기계는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수출 주력산업에 설비를 공급하는 핵심 기반산업이다. 자본재 산업 핵심인 건설기계, 공작기계, 냉동 공조기계, 금형, 농기계, 섬유기계, 유체기계, 정보통신 생산 장비 등 다양한 품목을 포함한다. 기술 인력 의존도가 높은 점이 특징이다. 다품종·소량생산으로 핵심기술 의존도가 높아 13대 주력 품목 산업 중 고용유발 효과가 가장 높다. 기계 산업에서 기술 격차를 벌이기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경쟁력 확보 시 고부가가치를 유발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일반기계 산업은 수출 2위 규모 주력산업으로 떠올랐다. 작년 일반기계 수출액은 535억67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 가운데 8.8%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주력 품목 가운데 반도체(1267억130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수출액이 많았다.

우리나라 일반기계 산업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03년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한 뒤 2006년 세계 10대 수출국에 진입했다. 2007년 첫 무역 흑자를 낸 후 2017년에는 486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작년에는 사상 처음 수출 500억달러를 돌파, 역대 연간 최대 수출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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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부품은 여전히 대일(對日) 의존 심해

우리나라 기계 산업이 성장을 거듭하면서도 높은 일본 의존도는 '아킬레스 건'으로 지적돼 왔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 주요 업종별 경쟁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계 분야 자체 조달률은 61%다. 반도체(27%), 디스플레이(45%)보다 자체 조달률이 높지만 여전히 핵심 부품은 일본산에 의존한다. 주요 해외의존 제품은 정밀제어장비, 터빈, 정밀제어모터, 공작기계용 CNC다. 특히 공작기계용 CNC는 일본에서 90% 이상을 수입한다. 이 중에서도 일본 화낙(FANUC) 의존도가 높다.

산업부가 '차세대 스마트제어기 기술개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CNC 제어기는 일본 화낙이 82%를 점유했다. 그 뒤를 지멘스 8%, 미쓰비시 5%로 이었다. 일본산인 화낙과 미쓰비시 제품이 국내 CNC 시장에서 87%를 기록했다. 흐름은 현재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일반기계 산업은 공작기계 같은 완제품을 미국이나 중국, 유럽 등지로 수출하면서 커왔다. 이 중 CNC나 모터는 일본산에 의지한 채 양적인 수출 규모를 확대했다. 일본산 소재·부품·장비를 활용해 수출 규모를 키워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과 비슷한 구조다.

문제는 기계산업이 제조업 경쟁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기계는 '제조를 위한 제조장비'로 전방산업 생산성과 제품 품질을 좌우한다. 기계 산업 경쟁력이 제조업 전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정부가 스마트제조를 제조업 경쟁력을 높일 전략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에 따라 스마트 기능을 접목한 기계장비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이트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장비 시장 규모는 2015년 593억달러에서 2025년 154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獨·日이 주도하는 세계 기계시장…中·대만도 무섭게 추격

일반기계 시장은 미국과 중국, 독일, 일본이 주도한다. 물량으로는 중국이 기계 생산과 소비 모두 많지만 고부가가치 영역은 독일과 일본이 선도한다. 특히 공작기계 CNC 분야에서는 일본 화낙과 독일 지멘스, 하인덴하인 3곳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기본 10계통 40축 이상 초고속·고정도 다축 제어를 지원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우리 실질 경쟁 상대는 중국과 대만이다. 중국과 대만도 국가적으로 CNC를 육성하면서 고부가가치 기계 산업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자국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인 '중국제조 2025'에서 자국 공작기계 CNC 비율을 9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CNC 기술을 내재화 하는 것은 물론 고급 수준 5축 가공기 개발 의지도 비쳤다. 중국은 센서와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등을 포함한 '개방형 수치제어 시스템'을 2024년까지 개발하고, 가상현실(VR) 가공 시뮬레이션을 접목한 '스마트 수치제어 시스템'을 2027년까지 만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하이엔드급 CNC 성능을 겸비하고 식별위험·간섭방지 기능이 포함된 '5축 CNC'를 개발할 계획이다.

대만 또한 출연연구소인 ITRI(Industrial Technology Research Institute)에서 5축 제어기를 개발했다. 이를 대만 공작기계 업체에서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 생산시스템에도 자체 개발한 제어기를 활용할 정도로 적극 움직이고 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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