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가 통 큰 결정을 했다. 중소 콘텐츠 사업자(CP)의 망 이용대가를 크게 줄여주는 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스타트업에는 아예 일정 기간 이용료를 면제해주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외국 기업과 벌어진 '망 이용대가 논란'이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그 배경이 어떻든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춰주고, 중소 CP에는 부담을 줄여줘 국산 콘텐츠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큰 보탬이 될 것이 분명하다.
사실 예전의 통신사업자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통신사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변화다. 당시 모바일 업계에서 느끼는 통신사는 '절대 갑' 이었다. 아무리 재미있고 유용한 콘텐츠를 개발해도 통신사가 채택해 주지 않으면 서비스를 할 수 없는 구조였다. 모바일 업체들이 합당한 요금에 망 이용권을 달라고 아무리 요구해도 통신사는 요지부동이었다.
이런 태도는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 서서히 바뀌어 갔다. 국내 업체들의 무수한 요구에는 꿈쩍도 안하던 통신사가 외국 기업인 애플에는 통째로 개방해 준 것이다. 역차별 논란이 일었고, 국내 모바일 생태계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외국 기업과 벌어진 망 이용대가 논란으로 인해 통신사업자와 국내 기업이 상생을 모색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의 상호접속고시 개정으로 중소 CP의 망 이용료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는 해도 예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로 큰 변화다.
물론 현실화를 위해서는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았다. '망=무료'라는 인식이 퍼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는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언젠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 가운데 하나다. 이번 통신사와 중소 CP간 상생 노력이 국내에서도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를 키워낼 수 있는 시발점이 돼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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