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특허 침해 혐의로 LG그룹 두 계열사를 동시에 제소했다. 지난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후속 조치 성격이다. 이로 인해 국내 배터리 업체 간 글로벌 소송전이 격화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사 배터리 특허를 침해한 혐의로 LG그룹 내에서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LG화학과 LG전자, LG화학의 미국 내 자회사를 상대로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우선 자사 특허를 침해한 혐의로 LG화학과 LG화학 미시간(LG Chem Michigan Inc.)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제소하기로 했다. LG화학과 함께 또 다른 특허를 침해한 LG전자도 연방법원에 제소한다. LG전자는 LG화학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모듈과 팩을 생산해 특정 자동차 회사 등에 판매하고 있어 소송 대상에 포함됐다.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LG화학이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건과는 무관한 핵심기술 및 지적재산 보호를 위한 정당한 소송”이라며 “LG화학과 LG전자가 특허를 침해한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국내 기업간 선의의 경쟁을 바라는 국민적 바람과 산업 발전을 위해 보류해 오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전자가 자사 특허침해를 기반으로 영업을 하며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침해된 특허 내용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배터리 생산방식과 관련한 핵심 특허로 파악된다. 소송 접수가 완료되면 관련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소송 제기에 대해 LG화학 측은 “정당한 권리 보호를 위해 제기한 ITC 소송이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인 가운데 소송에 대한 국면 전환을 노리고 불필요한 특허 침해 제소를 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경쟁사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보상방안을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LG화학은 “LG화학 특허건수는 1만6685건인데 반해 경쟁사는 1135건으로 14배 이상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면서 “본질을 호도하는 경쟁사의 행위가 계속된다면 자사 특허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더이상 묵과하지 않고 조만간 법적 조치까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6월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영업비밀 침해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국내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