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80>스타트업 CEO라면 '분석' 보다는 '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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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의사결정 관련 연구는 직관적 사고가 분석적 사고보다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왔음을 확인했다. 대표적으로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 등이 한국 최초로 기업체 과장급 이상 165명을 대상으로 의사결정 유형을 파악하기 위한 '인지 스타일 척도(CSI)' 조사를 들 수 있다. 당시 조사팀은 외국 의사결정 유형과의 비교 용이성을 확보하기 위해 영국 리즈대학교의 연구팀에서 1996년 개발한 척도를 활용했다.

조사 결과, 국내 기업가는 여타 국가(미국, 중국, 맥시코) 리더에 비해서 분석적 의사결정 스타일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결과와 함께 흥미로운 결과를 하나 더 제시했는데, 한국 리더는 분석적 의사결정을 좋아했지만, 의사결정 결과는 직관에 의존한 다른 국가 리더보다 좋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연구결과 역시 분석적 의사결정이 직관을 활용한 의사결정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 평가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사결정 관련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던 '블링크'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판단하는 데 드는 시간은 첫 2초뿐이라고 말하면서 직관에 의한 판단 위력을 설파한 바 있다. 그는 찰나의 직관적 사고에 따른 신속한 판단이 오랜 시간 분석을 통해 내리는 신중한 결정만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성공한 경영자일수록 직관적이면서 정서적인 의사결정 스타일에 더 능숙했음을 확인해 준 연구도 있다.

와튼스쿨에서 '관리자 의사결정(Managerial Decision Making)' 수업을 진행하는 조 시몬스 교수는 우리가 직관을 사용한 의사결정을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 제시한다. 시몬스 교수에 따르면 직관을 이용한 의사결정은 분석적 의사결정보다 더 빠르게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일을 직관에 의거해 결정한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이러한 사실과 함께 시몬스 교수는 직관을 이용한 의사결정이 유효한 때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적시성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임을 제시했다. 정글에서 맹수를 마주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분석적 사고보다는 일단 맹수를 피하기 위한 반사적인 재빠른 대처가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차량을 운전할 때도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을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기보다는 즉각 핸들을 꺾는 행동이 큰 사고를 막는 지름길이다. 이처럼 어떤 상황에서는 의사결정 과정과 내용보다 의사결정을 수립한 시점이 언제인지가 더욱 중요할 때가 있다.

시몬스 교수의 설명은 불학실성이 높은 창업초기 CEO에게 커다란 시사점을 준다. 창업 초기 불확실성이 날로 증폭되고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위기나 돌발 상황이 닥쳤을 때 신속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관을 활용한 의사결정은 근거도 없는 대충 내린 결정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서는 더욱 유효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방편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직관에 의존한 의사결정을 무조건 맹신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해석하는 데 있어 우리는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여기서 말하는 직관적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일시적 감정 내지 막연한 순간적 느낌에 근거한 의사결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직관적 의사결정에 능한 경영자의 공통점은 해당 분야에서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즉 그들이 사용한 직관은 아무 근거 없이 도출된 감(感)이 아니라 다년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직관이었음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미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창업가라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믿고 적시성 있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창업 초 본인의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CEO가 있다면, 이러한 부분을 보완해 줄 조언자를 가까이 두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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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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