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시작한 수출규제 조치가 대일 무역전쟁으로 비화하면서 국내 중소기업에는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왔다. 당장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대일 의존도가 높은 부분에서 기술 국산화를 이루면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기업과 연구기관이 중장기 안목으로 기술 협력을 강화해야만 이룰 수 있는 일이다.
다음달 설립 15주년을 맞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총장 국양)은 기업과 동반성장하는 모범사례를 다수 만들어 왔다. 기술이전은 물론 기업과 공동연구를 통한 기술사업화 사업이 큰 역할을 했다. 그동안 이룬 성과도 적지 않다. 기술이전만 해도 총 204건으로 약 80억원 규모에 달한다.
최근에는 산업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한 'DGIST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을 발족했다. 이달 말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자문단은 향후 지역기업이 겪는 다양한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할 예정이다. DGIST가 지역과 동반성장하기 위해 추진해온 기술이전 대표사례와 향후 기업 지원 계획을 4회에 나눠 싣는다.
DGIST 미래자동차연구부는 지난해 11월 스포츠융합 분야 스타트업인 TTNG와 인공지능(AI)을 가미한 골프카트 개발을 위한 연구협력에 나서기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DGIST가 AI 핵심기술을 개발해 이전하면 TTNG는 이를 이용해 AI 골프카트 시스템을 개발해 사업화하기로 했다. DGIST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겪는 각종 애로기술도 지원했다. 결과는 오는 10월에 나온다. TTNG는 AI 골프카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DGIST 미래자동차연구부는 자율주행기술을 비롯해 다양한 미래자동차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차량용 레이더 기술과 얼굴인식, 제스처와 행동인식을 포함하는 컴퓨터 비전 기반 AI 기술을 자율주행차 플랫폼에 탑재, 자율주행통합기술 연구가 핵심이다. AI 골프카트 상용화 후 기술적용 범위를 다른 분야로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TTNG는 스포츠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골프장 관제 및 예약시스템인 '팝골프' 시스템을 개발한 기업이다. 지능형 로봇카트 팔로잉주행 및 어시스트주행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AI 골프카트는 골퍼 위치를 파악해 추종하는 기존 개인용 자동골프카트와 달리 초광대역통신(UWB) 기반 측위기술과 GPS를 이용하고 AI 카메라를 더해 카트 길을 자율주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무, 돌, 벙커, 헤저드 등 장애물을 모두 인식해 플레이를 지능적으로 보조한다. 캐디 대신에 핀까지 거리를 알려주고 관제센터와 소통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배희 TTNG 대표는 “골퍼를 추적하고 자동주행하는 카트 개발이 목표인데 골퍼 위치 인식, 장애물 인지, 카트 군집 주행 등 기술이 부족해 DGIST와 협력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AI 골프카트를 개발하면 향후 모빌리티형 물류로봇, 스마트카트, 농업용 이송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I 골프카트는 기존 고급 골프장과 차별화된 대중 골프 확산의 촉매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골퍼에게는 카트비와 캐디피 등 비용을 절감하고, 골프장은 1인용 로봇카트 도입으로 인한 비인기 시간대 내장객 확보, 캐디 선택제, 노캐디 셀프라운딩 등 다양한 경기운영시스템으로 매출 향상을 노릴 수 있다.
정우영 DGIST 미래자동차연구부 책임연구원은 “글로벌시장 선도를 위해 시장맞춤형 AI 골프카트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라면서 “확보한 기술을 기반으로 각종 소형 운반장치에 AI기능을 탑재, 적용 분야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