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 운동이 거센 상황이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무풍지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일본 카메라 판매량이 늘었다. 소니, 캐논, 니콘,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가 디지털 카메라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21일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달 디지털 카메라 판매량은 올해 5월 대비 15%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산업 분야에서 일본산 판매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났다. 디지털 카메라 카테고리에서 판매하는 카메라 90% 이상은 일본 제품이다. 7월은 일본 정부가 한국 소재 부품 기업에 대한 수출 규제 발표 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 때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전통적으로 행락철이 시작되는 봄부터 휴가철까지 판매량이 들쑥날쑥하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신제품이 출시되는 시점에 판매가 몰리는 특징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대체품이 많은 일반 가전제품은 불매 운동 직격탄을 받는데 카메라 업계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카메라 업계가 비교적 일본 불매 운동 영향을 적게 받는 것은 대체할 국산 제품이 없다는 게 주 원인이다.
소니, 캐논 ,파나소닉, 올림푸스, 니콘 등 세계 디지털 카메라 업체 시장 대부분은 일본 업체가 점유하고 있다. 독일 라이카 카메라 등 일부 제품이 있지만 가격대가 매우 높아 일본 카메라를 대체할 기기로 보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디지털카메라에서 사실상 철수한 후 카메라 시장은 일본산 제품의 독무대처럼 됐다.
카메라가 불매 운동에 직적접인 영향을 받을 만큼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제품이 아니라는 점도 있다. 초고가 카메라는 업무용으로 구매하거나 강한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어 불매 운동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는 의미다.
다만 일본 카메라 업계는 7월 이후 신제품을 출시하고도 광고와 마케팅은 자제하고 있다. 역효과를 우려해서다. 판매 추이에 대해선 일절 함구했다.
소니코리아는 최근 RX100 시리즈 신제품 RX100 Ⅶ를 출시했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은 8월초 1인치 센서를 탑재한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를 출시했다. 니콘이미징코리아도 카메라 렌즈 신제품을 출시했다.
카메라 업계 관계자는 “연초 계획한 대로 신제품을 출시하고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예전처럼 TV 광고나 마케팅, 행사는 열지 않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카메라 업계도 당장 피해는 적지만 언제까지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이 이어질지 몰라 답담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불확실성이 많아 사업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